컴퓨터게임소프트 개발업체인 (주)막고야의 홍동희사장.

지난해 7월 새로 개발한 게임타이틀 "세균전" 97년판 PC통신용 심의를
받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찾았다가 분통을 터트렸다.

하이텔용과 천리안용으로 별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이다.

문화관광부와 보건복지부에 들러 각각 가정용및 업소용 심의를 받고 난
터라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같은 서류를 몇번씩이나 작성하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든 것은
물론이다.

비단 게임소프트 뿐만이 아니다.

영화도 영화와 비디오의 심의기관이 다르다.

심의기관이 다른만큼 심의기준도 차이가 난다.

같은 영화라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과 비디오에 나오는 내용이 다른
실정이다.

TV프로그램도 공중파는 방송위원회에서, 케이블TV는 유선방송위원회에서
각각 심의한다.

이같은 복잡한 심의제도는 모두 부처간 관할권분쟁에서 비롯된다.

문화산업과 관련이 있는 정부 부처는 문화체육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처
등이다.

더 넓게는 교육부 내무부 재정경제부도 관계가 있다.

문제는 이들 부처가 관할권싸움을 한다는데 있다.

물론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쪽은 기업과 국민이다.

한때 정부일각에선 아예 각부처의 영상소프트관할기능을 통합, 영상처를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됐을 정도다.

부처이기주의로 인한 업무처리 과정의 어려움은 부처 스스로도 겪는다.

문화관광부는 94년에 영상진흥법을 만들려고 했으나 각부처의 의견 조율
실패로 선언적인 내용만 담긴 영상기본법만 제정하고 말았다.

문화관광부는 그 뒤 문화산업관련 법령을 제정할 때면 의원들의 힘을 빌어
의원입법형식으로 법을 만든다.

올해 개정하는 음반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도 의원입법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문화산업에 대해 뚜렷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산업자원부나 재정경제부 등 핵심경제부처의 문화산업 인식도는 한마디로
"제로"에 가깝다.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할 때도
전략육성분야에 영화 패션등을 빠뜨렸다가 뒤늦게 집어넣는 소동을 벌였다.

애니메이션 게임소프트 등 다른 문화산업분야가 빠진 것은 물론이다.

출판유통계의 연쇄부도로 출판계가 어려움을 겪는데 대해서도 재정경제부는
당초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재정경제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대중대통령이 긴급지시를
하고 나서야 뒤늦게 2백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정이 이런만큼 문화인프라구축이나 문화산업인재양성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은 꿈도 못꾸는 실정이다.

문화관광부예산(98년 7천74억원)이 총예산의 0.95%로 쥐꼬리만한 터에
문화산업국 예산은 그것의 2%인 1백68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문화산업에는 그 흔한 진흥법이나 진흥기금조차도 없다.

문화산업육성의 궁극적 목표는 국제경쟁력 확보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로만 떠드는 수준으론 경쟁력을 높일수가 없다.

그렇다고 영화 한편제작에 수천만달러씩 쏟아붇는 미국 할리우드가 당장
우리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와 지역을 찾아
내는게 선결과제다.

목표가 설정되고 나면 전략적 차원에서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
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문화는 상품이고 산업이다.

정부나 기업이나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화산업육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할 때다.

< 오춘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