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출판사 : 자유기업센터
저자 : 공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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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 소설가 >

기업을 세우고 경영하는 기업가들은 무척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흔히 비난받고 무시된다.

"기업가"(공병호저 자유기업센터)는 그런 사정을 고쳐보려는 책이다.

저자는 먼저 동서양의 기업과 기업가들에 대한 견해를 역사적으로 살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실학자 박제가와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를 비교한 부분이다.

그런 비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사실들을 또렷이 보여줘 우리가 지닌
막연한 생각을 다듬어준다.

"북학의"를 자세히 분석해서 박제가의 경제관을 밝힌 것은 경제학사로서도
적지 않은 성과다.

그저 잘 씌어진 것이 아니라 저자의 열정이 배어있기도 해서, 책읽는
즐거움을 준다.

굳이 아쉬운 대목을 찾자면,기업가에 대한 편견의 사회적 배경이 좀
소략하다는 점.

기업가에 대한 편견이 후세에 나쁜 영향을 미친 애덤 스미스의 경우,
저자는 "근엄한 도덕철학자로서의 한계"를 편견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스미스의 사회적 처지에 대해선 얘기가 없다.

지식인들이 대체로 기업가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저자의 주장은
맞지만, 스미스의 집안에 관리들이 많았고 만년에 세관에서 일했던 경험이
그의 생각에 크게 작용했음도 분명하다.

이와 관련, "부친은 기업가였다"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점이 흥미롭다.

스미스의 예는 벼슬을 가장 큰 영광으로 여기고 장사를 천한 일로 여겨온
우리 사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정부 간섭을 줄이는 일이 시급한 지금,기업가에 대한 관리들의 우월적
지위와 편견은 우리가 진지하게 살펴야 할 사회적 조건 가운데 하나다.

어떤 책들은 사람들이 그것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때 나오는 행운을
누린다.

기업가들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때,
기업가들의 존재가치를 새삼 일깨워주는 "기업가"는 그런 행운을 얻은
책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