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가 "출판업계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교보문고는 13일 출판계 회생을 위해 새로 출범하는 통합유통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담보여력을 갖춘 출판사의 어음을 모기업인 교보생명에서
할인받을수 있도록 알선하겠다고 밝혔다.

교보는 또 IMF사태 이후 극도로 위축된 학술출판 부문을 되살리기 위해
저작물이 완성되기 전에 책값을 미리 지불하는 "선지원 후입고" 제도를
도입, 출판계의 자금난을 덜어주기로 했다.

교보의 이같은 지원방침은 최근까지 정부지원금 외에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던 출판업계에 출판사 도매상 서점의 "3각 협력"관계를 마련하는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따라 도매상연쇄부도 이후 "동맥경화"현상에 시달려온 출판계의
어려움이 완화되고 자구노력도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가 새로 출범하는 통합유통기구에 지원하는 금액은 최소한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계 공동출자로 설립된 한국출판유통(대표 윤석금)에 5%(6억여원)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교보는 한국출판유통이 부도난 도매상들을 인수하거나
합병할 경우 기존 지분의 1백% 이상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교보는 국내 책도매기능이 2~3개의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재정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제2의 도매기구에도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추가지원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또 출판사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담보제공 능력만 있다면
교보생명에서 어음을 할인받을수 있도록 적극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IMF사태 이후 크게 위축된 학술.전문서적 출판을 되살리기 위해
저작물이 완성되기 전에 미리 책값을 지불하는 "선지원 후입고"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책의 기획단계에서 학술적 가치를 검토,저자나 출판사별로 선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교보는 이와 별도로 자금력이 약한 출판사들을 위해 대금결제 기일을 평균
40일에서 한달 이내로 줄이고 영세출판사에게는 현금결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입고율(출판사가 서점에 납품하는 가격)도 현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돈이 급한 출판사들이 대금을 앞당겨 받으려고 정상적인 마진폭보다 낮은
비율로 서점에 책을 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밖에에 지방 5백여 서점과의 거래조건도 완화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매업계에 숨통을 틔워주기로 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