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문체부 고위관계자가 과천 중소기업청을 직접 찾아갔다.

출판 도매상의 잇단 부도로 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자 중소기업회생
특별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자금은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수혜조건이 맞지않으면 자금을 내줄수 없다는게 중기청의 설명이었다.

문화산업국이 생긴지 4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 문화산업이라는 용어쯤은 누구나 알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러나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실제적인 지원은 이처럼
열악하다.

문화산업국의 예산은 가뜩이나 쥐꼬리만한 문화예산 가운데 2%밖에
되지않는다.

관련진흥기금도 마련돼 있지 않다.

흔하디 흔한 진흥관련 법령도 제대로 없다.

목소리만 높였지 아무것도 해놓은게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직원들 사이에선 근무하기를 꺼리는 천덕꾸러기 부서로 꼽힌다.

옛 통상산업부가 지난해 12월 벤처지원 대상종목을 선정할때도 주요
문화산업은 대부분 배제해버렸다.

결국 문화산업국의 노력으로 영화 패션 등 일부 업종만이 겨우 포함됐다.

정보통신부도 전자게임 등 영상산업이 정보통신의 일부분인 만큼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문화산업 전반에 대해 제조업수준의 조세감면과 세제혜택을 받는 것도
요원하다.

실무자들은 제조업위주의 성장정책에 따른 문화산업의 상대적인 소홀이
갈수록 문화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하고있다.

실제로 제대로 키우면 세계제일이 될 분야가 널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국내 애니메이션업계는 호황을 구가했다.

대부분 미국 일본 회사의 하청업체들로 달러가치 급등으로 인한
환차익때문이기도 하지만 순익이 전년에 비해 20~25%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에는 거의 손대지 않는다.

채산성이 맞지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획 창작 인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영화나 음반 비디오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홍영준 호남대 광고홍보학과교수는 "문화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문화를
상품의 개념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특히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문화와 관광산업의 육성을 문화관광부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관광산업은 그나라 문화를 파는 넓은 의미에서 문화산업이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에 그나라의 문화가 모두 들어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관광객이 한달에 1천5백명씩 모여든 송이축제, 2천여명이 모여든
김치축제, 이천도자기문화관광축제 등이 문화와 관광을 접목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산업은 일반대중에게 문화를 제공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통로가 막히면 대중은 문화와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는 문화산업 육성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게
문화예술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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