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한사람의 영웅보다 다수의 성숙한
민주시민입니다.

행복한 사회란 몇몇 스타가 아니라 시민들의 역량결집에 의해 만들어지죠"

칼럼집 "우리는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새한일보사)를 펴낸 이달순(62)
수원대 산업경영대학원장.

그는 거창한 구호와 권력의 정점에서 나오는 "직선적 힘"의 시대가 가고
앞으로는 사회구성원의 조화와 협력이 존중되는 "곡선적 힘"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뿌리인 자유주의 정신부터 근대정치사상사 경제현안
문화.생활 등 그의 철학과 이상을 모은 것.

그동안 학술서적은 많이 냈지만 시사칼럼집은 처음이다.

85년 수원대로 옮긴 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1천여회의 강연과 언론기고문
내용을 주제별로 엮었다.

그는 유교의 충효사상 가운데 "충"을 너무 강조한 결과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이 왜곡됐다며 "21세기에는 "충"보다 "예"가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는 "사양지심"에서 나옵니다.

현대사회에서 사양지심은 곧 민주주의의 상징인 자유정신이지요.

노사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충성만 강요하면 경직된 기업문화를 초래하고 능률도
떨어지게 됩니다"

"예"를 중심으로 상대방을 위하고 자기몫을 다하면 국민화합뿐 아니라
노사안정도 저절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이 곧 영웅입니다.

깜짝쇼로 스타가 된 사람이나 겉치레만 요란한 사람을 경계하는 것도
이때문이지요"

그는 "위기 때마다 사람들은 영웅의 출현을 기다렸지만 어느 시대나
영웅은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며 "요즘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진정한
"시민영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뭐든지 해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있는 한 민주사회는 멀었습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뒤에서 보이지 않게 도와주고 힘든 것만 대신해줘야
합니다.

개인이나 국가나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지요"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