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영국 북부의 한 저택.

어두운 분위기의 주인과 어린딸이 사는 이곳에 젊은 여자 가정교사가 온다.

안주인은 중병으로 아내와 어머니 역할이 불가능해진 지 오래.

남자주인은 가정교사와 사랑에 빠지고 두 남녀는 시련 끝에 결합한다.

영화"파이어 라이트"의 기본구도와 분위기는 이렇듯 영국 고전
"제인 에어"를 빼닮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파이어 라이트"의 가정교사가
사실은 아이의 생모라는 것.

"제인 에어"의 격정적인 사랑에 따스하고 강한 모성을 더한 "파이어
라이트"는 그때문에 더욱 포근한 느낌을 준다.

감독 윌리엄 니콜슨은 "넬" "섀도우 랜드" 등의 작가로 "파이어 라이트"는
그의 감독 데뷔작.

이 작품은 97년 산 세바스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촬영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서른을 넘기고도 여전히 깜찍한 이미지를 간직한 배우 소피
마르소.

가난때문에 대리모가 됐다가 아이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는 당돌한 여성역을 맡았다.

주변의 무관심과 아버지의 맹목적인 애정속에 고집불통이 된 딸을
가르치려 애쓰는 모습은 모성의 절절함을 느끼게 한다.

남자 주인공은 연극배우 출신의 스티븐 딜레인.

냉정한 태도를 지키다가 마침내 열정을 폭발시키는 배역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내내 오만한듯 뾰루퉁한 표정을 짓다가 생모가 밝혀지고 가족이 결합하는
해피엔딩에 가서야 처음으로 활짝 웃는 소녀가 관객까지 미소짓게 한다.

대리모라는, 조금은 진부한 소재, 한적한 시골영지라는 배경, 별다른
굴곡없는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21일 단성사 명보 씨네플러스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