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움직임과 소리 등을 주요 무대언어로 삼는 실험연극이 선보인다.

극단 "표현과 상상"(대표 손정우, 수원대교수)이 창단공연으로 5일~3월1일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개가 된 남자, 보이첵"이 화제의 무대.

원작은 게오르그 뷔히너의 "병사 보이첵".

전통극단이 잘 짜여진 희곡을 해석하는데 주안점을 둔다면 이 극단은
희곡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스토리 텔링보다 음향과 행동이 주는 이미지가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커스단원 보이첵은 계속해서 부인 마리가 몸을 판다는 환영에 사로잡혀
미쳐 날뛰다 공연을 망친다.

보이첵은 동물조련사 등으로부터 질책을 받는다.

그러나 망상에 빠진 보이첵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동료단원들이 보이첵을 쇠사슬로 얽어매고 잡아당긴다.

이 장면에서 별다른 대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빠른 리듬의 타악기와 보이첵의 몸동작이 억압의 강도가 높아짐을
표현한다.

관객의 눈과 귀에 호소, 현대인의 억압을 상징화하는 것이다.

무대배경으로 차가운 질감의 소품이 사용되는 것도 "보는 연극"을 위한
장치다.

기존희곡의 해체도 이 연극의 특징.

보이첵이 왜 개가 되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

원인과 결과의 심리과정을 따라가지 않고 장면들을 잘개 쪼개 나열,
현대인의 분절된 삶을 드러낸다.

연출자 손정우 교수는 "현실을 묵인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은 마치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재주넘는 서커스장과 같을수밖에 없다"며
"탈출구가 없는 답답한 현실속에서 무기력하게 몰락해가는 젊은세대들을
표현하기 위해 뷔히너의 원작을 대폭 뜯어 고쳐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 수 목 오후7시30분, 금 토 일 오후4시 7시30분.

문의 904-7769.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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