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접속"의 삽입곡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은 사라 본의 "어 러버즈
콘체르토".

많은 사람들이 사라 본의 힘찬 음성과 활기찬 편곡이 매력적인 이 곡의
멜로디가 J S 바흐의 음악에서 나온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곡은 바흐와 동시대 음악가인 크리스티안 페트졸트의 미뉴엣 4번.

바흐의 미뉴엣으로 잘못 알려진 것은 이 곡이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음악수첩"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1720년 첫번째 부인 마리아 바르바라와 사별한 바흐는 1년뒤 16살이나
연하인 안나 막달레나 뵐켄과 재혼한다.

궁정 트럼펫주자의 딸로 뛰어난 가수라는 평을 얻었던 안나는 남편의
작품을 사보 정서해 봉사하는 한편 자녀들의 음악교육과 가정음악용으로
적합한 곡들을 모아 "음악수첩"을 만든다.

바흐도 아내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많은 작품을 음악수첩용으로
편곡했다.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음악수첩"에는 바흐뿐만 아니라 W F 바흐,
C P E 바흐 등 그의 아들들, 페트졸트 등 동시대 음악가, 작자미상의
작품들이 "멜로디와 베이스"식의 단순한 편성으로 수록돼 있다.

음악애호가들에게 건반악기와 바흐음악의 입문서 역할을 해온 이 음악
수첩은 바흐가족의 음악생활과 18세기 가정음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최근 텔텍 레이블로 나온 영국의 연주단"트라지코메디아"의 앨범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음악수첩"은 음악수첩에 담긴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음악세계를 구현한다.

스테판 스텁, 어린 헤들리, 앤드루 로렌스-킹 등 바로크음악과 고음악에
조예깊은 3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트라지코메디아"는 비올라 다 감바,
아르파네타, 더블하프, 트리플하프, 류트 등 잊혀진 악기로 당시의 음악을
되살린다.

여기에 존 포터(테너), 에빌리 반 에버라(소프라노), 하비 브로우
(바리톤),리처드 비스트라이히(베이스) 등 성악가 4명이 힘을 더했다.

수록곡은 페트졸트 "미뉴엣"과 바흐 "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
"아리아 26번", 쿠르랭 "전원시" 등 24곡.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쉼"이다.

가정생활의 유쾌한 여가, 고요한 시간, 영원한 안식 등.

비올라 다 감바, 오르간의 은은한 반주에 맞춰 성악가 4명이 함께 부르는
"오 영원이여, 경외로운 말이여"는 바흐가족이 정답게 호흡을 맞추는
단란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레퍼토리의 선정이나 일관성에서 흠잡을 데 없고 "트라지코메디아"의
연주도 훌륭하다.

선율악기와 반주악기가 주고 받는 어울림 속에 따뜻한 정감이 넘쳐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