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연출가 5명이 신년무대에 실험성 짙은 창작극 한편을 올린다.

1월21일~2월8일 서울 동숭동 연극실험실 혜화동일번지(764-3380)에서
공연하는 "굿모닝 체홉"이 그것.

연극실험실 혜화동일번지는 94년 이윤택 이병훈 김아라 채승훈등 7명의
40대 연출가그룹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극장.

그동안 작품성 뛰어난 창작극을 주로 올려 한국연극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참가하는 김광보(장수하늘소) 박근형(76단) 손정우(표현과 상상)
최용훈(작은신화) 이성열(백수광부)씨등 30대 연출가 5명은 혜화동일번지
2기 동인인 셈.

이들은 스토리 위주의 드라마에서 과감히 탈피,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연극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굿모닝 체홉"은 이같은 시도의 첫결실.

주연출자는 백수광부 대표 이성열씨다.

이 작품은 "왜 체홉의 작품은 사실주의 양식으로만 무대화돼야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연극을 시대의 반영으로 본다면 심리적 사실주의의 대가인 안톤 체홉도
90년대말엔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 30대 연출가 동인들의 발상이다.

이를 위해 주연출자 이성열씨는 먼저 "갈매기" "바냐아저씨" "세자매"
"벗꽃동산"등 체홉의 4대극을 해체했다.

그리고 그속에 공통되게 나타나는 담론을 총9개의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각 장면을 구성하는 원리를 베케트, 칸토르, 이오네스코, 마기마랭등
현재 예술가의 무대언어에서 빌어왔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따라서 "굿모닝 체홉"은 주제나 형식, 내용에 있어 정통극이 보여주는
통일성이 전혀 없다.

각 장면이 각기 다른 표현양식으로 형상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2월초 "굿모닝 체홉"이 끝나면 "자유무대5"(작은신화) "쥐"(76단)
"열애기"(장수하늘소) "공중전화"(표현과 상상)등 동인들의 작품공연이
이어진다.

그러나 실험성있는 연극, 퍼포먼스, 무대미술등 문화관련 종사자들의
모임과 작업공간으로 누구에게나 개방하겠다는 게 혜화동일번지 2기동인들의
뜻이다.

수익금은 연극계 차세대 주역들에게 재투자된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