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TV는 28일 오후 7시10분 "여름숲에 내린 빛-삼광조"(연출 이연규.
촬영 이의호)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로 불리는 삼광조의
생태를 공개한다.

일본 조류도감 첫페이지를 장식하며 팔색조, 유리새, 흰눈썹 황금새
등과 함께 4대 미조로 꼽히는 삼광조.

한국의 여름숲을 노래하고 동남아로 날아가는 우리 철새지만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예민한 습성때문에 조류학자에게도 낯설다.

지난 3월부터 경기도 퇴촌과 제주도 동남아시아 등을 누빈 제작팀은
삼광조의 짝짓기, 새 생명의 탄생장면과 성장과정, 새끼새가 어미품을
벗어나 첫비행에 성공하기까지 그들의 생태와 습성을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촬영테입만 30분짜리 1백60개에 이를 정도.

위장막을 쳐놓고 새소리 연구가인 유회상씨의 도움을 받으며 울음소리를
좇아 삼광조의 생태에 접근하는 독특한 제작방식을 택했다.

삼광조는 참새목 딱새과의 여름철새로 4~5월 우리나라를 찾아 늦어도
10월말이면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보통 2~4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익조.

영어명은 Black Paradise Flycatcher.

북한에서는 "긴꼬리 검은새"로 불린다.

삼광조는 일본이름.새 울음소리가 일본어로 달 해 별을 읽는 소리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암컷은 주황색에 가까운 반면 수컷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며 배에는
흰색, 눈주위에는 청색의 짙은 테두리를 가지고 있어 훨씬 아름답다.

특히 수컷은 작은 몸집에 비해 30~50cm의 긴꼬리를 갖고 있어 꼬리를
휘날리며 숲속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제작팀은 삼광조의 정지비행 장면을 고속촬영으로 잡아냈고 먹이를
잡아채는 모습, 꽃잎과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짓는 모습 등을 아름다운
여름산의 모습과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어미새가 자신보다 몸집이 큰 어치의 침입을 목숨을 걸고 막아내는
모습, 장마비를 등으로 막으며 가슴으로 알을 따뜻하게 부화시키는
어미새의 모정은 진한 감동을 준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연규PD는 "하늘다람쥐의 숲"으로 "97 Earth Vision
우수상"을 받는 등 자연다큐부문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자.

그는 "동남아시아 열대림이 황폐해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삼광조의
수가 날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 삼광조의 생태를 화면에 담아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제작팀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일본인이 지은 삼광조라는 이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PD는 "북한에서 "긴꼬리 검은새"로 불리듯이 우리 이름이 필요하다"며
"이 새의 아름다움에 걸맞는 우리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에서는 삼광조와 함께 4대 미조로 꼽히는 팔색조
큰유리새 흰눈썹황금새의 모습도 담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양준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