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검"은 우리가 봐온 어떤 영화보다도 중국의 어두운 면을 많이
드러낸다.

아이 울음소리와 간절한 외침이 귀를 때리는 인신매매시장, 여자에게는
비법을 전할수 없다며 정든 아이를 쫓아내는 남아선호 사상, 피의자를
말에 묶어 끌고가는 잔인한 모습....

무자비한 장면은 이렇다할 기복 없는 완만한 구성속에 극화돼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어떤 완고한 마음도 바꿀수 있는 순수한
믿음과 사랑의 힘이다.

"변검"(The King of masks)을 연출한 오천명 감독은 장예모, 첸 카이거에
앞서는 중국 제4세대 감독으로 분류되는 인물.

천안문사태(89년)후 활동을 중단했다가 오랜 침묵을 깨고 내놓은 작품이
"변검"(95년작)이다.

때문에 여기에는 고립무원의 절망감과 쓸쓸함,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주인공은 7번이나 팔려다닌 고아소녀 구와(주임영)와 70살의 변검왕
(주욱).

자식없이 원숭이 한마리만 데리고 떠도는 변검왕은 비법을 물려줄 대상을
찾다가 고아를 데려온다.

변검왕은 감기에 걸린 아이를 위해 가보를 파는 등 정을 쏟지만 사내인줄
알았던 아이가 여자라는 게 밝혀지자 쫓아낸다.

떨어지지 않고 잔심부름을 하던 아이는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집잃은 소년을 데려오지만 이때문에 변검왕은 유괴범으로 몰려 사형을
언도받는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위기를 뒤엎는 아이의 재치.

좋았던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본 경극("관음득도") 장면을 기억해낸
아이는 그네줄을 끊어 몸을 날림으로써 주위사람을 감동시켜 할아버지를
구해낸다.

쫓아내는 변검왕에게 결사적으로 매달리는 구와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실제 고아로 곡예단에서 줄타기하다가 발탁됐다는 소녀 주임영의 연기는
심금을 울린다.

천진난만한 아이를 내세운 영화 "뽀네트" "콜리야"와 비교해 볼만하다.

25일부터 호암아트홀에서 상영중.

<조정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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