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것은 무엇일까.

아마 믿음일 것이다.

특히 혈연에 기인한 믿음은 어느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굳건함이 있다.

그러나 한 소녀가, 어린시절 그토록 믿고 의지하며 따랐던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믿음에의 강한 배신때문에 미쳐버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폭력 피해자중에 근친에 의해 저질러진 경우가 무려
26.2%나 된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 책의 주인공인 캐럴( Carole )양과 같은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피해자들은 철저하게 남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의욕상실로 인한 무력감과 소외감, 성관계 공포에 의한
이성간의 성기피증에 시달리며 극심한 도덕관의 혼란에서 오는 정신병
등으로 자살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기만의 비밀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남들과 다름없는 한 여성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방법을 몰라 어두움속에 묻혀 인생의 뒤안길에서 살아갈 뿐이다.

"믿음에의 배신( Betrayal of Trust )" 이란 책은 주인공 캐럴을 통해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새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주고 있다.

내면 깊숙이 감추어진 비밀을 꺼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과
이야기함으로써 이 불행이 결코 자기만이 겪었던 일만이 아님을 알고
안도하게 된다.

나아가 이 세상에는 서로 신뢰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도 떳떳하게 이성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주인공 캐럴양이 여러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생활을 해나가듯이 떳떳하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특히 성폭력피해 상담요원이나 교사들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많은 지도
방법과 상담프로그램을 작성하고 활용하는 지침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광준 <강남대 교수>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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