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은 들풀끼리 서로가 어우르고
강물은 강물끼리 만나서 흐르듯
인연의 연실에 얽혀 살아가는 우리들.

생각 끝에 와 닿는 하나의 연서처럼
언제나 깊이 모를 떨림으로 다가와
갈대로 흔들리면서 바장이는 우리의 삶.

너의 가슴께에 자리하는 꽃으로
이제 다시 호젓한 산길을 가다가
주름진 나이로 서서 잎 하나를 떨군다.

시집 "맨몸으로 서는 나무"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