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음악계는 슈베르트 탄생 2백주년, 브람스 서거 1백주년, 멘델스존
서거 1백50주년, 오페라탄생 4백주년을 맞아 풍성한 한해를 예고했으나
불황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국악계는 각종 국악단체가 잇따라 생기고 상설공연 청중이
늘어나는 등 발전적인 면모를 보였다.

한국음악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열린 클래식음악회는 2천1백여회로
지난해보다 약25% 감소했다.

대형콘서트와 그랜드오페라 등 제작비가 많이 드는 공연은 크게 줄었으나
실내악 소극장오페라등 아기자기한 연주회는 활발했다.

국내 연주자와 단체들은 올해 기념일을 맞은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

피아니스트 이현순씨의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전곡시리즈 연주회"를
비롯, 슈베르트의 가곡, 실내악 연주회가 연중 계속됐다.

브람스의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작품도 경쟁적으로 다뤄졌다.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인 분야는 실내악.

90여회의 연주회를 통해 전체적으로 합주수준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황의 한파는 오페라계에 가장 거세게 불어닥쳤다.

올해 상연된 그랜드오페라는 서울시립오페라단의 "맥베드", 국립오페라단의
"리골레토", 김자경오페라단의 "춘향전", 한미오페라단의 "투란도트".

연2회정도 공연하던 한국오페라단, 글로리아오페라단 등 민간오페라단은
예산확보에 실패, 1편도 제작하지 못했다.

반면 "결혼청구서" "서울 라보엠" "섬진강 나루" "초월"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 등 소극장오페라는 꾸준히 올려졌다.

9월26일~10월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음악제는 올해 음악계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현대음악의 올림픽"이란 별칭대로 60여개국에서 현대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와 연주자 3백여명이 참가, 현대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전했다.

6월부터 시작된 금호미술관의 갤러리콘서트는 "값싸고 알찬 작은
음악회"로 매회 매진기록을 세우며 음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방학특수를 겨냥한 청소년음악회가 크게 늘어난 것도 주목거리.

올해 내한한 외국의 정상급오케스트라는 몬트리올심포니, BBC심포니,
보스턴팝스, 이스라엘필하모닉,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 보스턴팝스 정도.

대신 프랑스의 이자이4중주단.과르네리 현악4중주단.뉴욕필현악4중주단,
보자르트리오.하겐현악4중주단 등 세계 정상급 실내악단이 대거 내한,
실내악 붐을 몰고 왔다.

올해 최고의 화제인물은 단연 지휘자 정명훈씨.

음악계의 관심사이던 정씨의 국내오케스트라 취임이 오랜 줄다리기 끝에
9월 성사됐다.

정씨는 98년부터 3년간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다.

또 아시아 8개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전통의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1월과 10월에 내한,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악계에서는 국립국악원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예악당의 활발한 운영과 중요무형문화재들의 장인
화요상설무대, 젊은 연주자와 실내악단이 출연하는 목요상설무대를 마련,
국악인들의 무대를 대폭 늘렸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해 국립극장 정동극장 등이 경쟁적으로 마련한
상설공연에 대한 호응도 높았다.

남원민속국악원 공주연정국악원이 새로 문을 열었고 안산시립국악단과
전주시립민속예술단이 창단돼 국악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97년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무형문화재들의 무대나들이가 잦았고
"이생강 임동창 장사익의 97공감" 등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무대도 늘어나
많은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어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