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시인이다.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었다. 대표작은 <패터슨>으로 패터슨이란 마을의 역사와 인물 등을 다룬 장문의 시다. 짐 자무시 감독의 2017년 영화 ‘패터슨’에 영감을 준 시집이기도 하다.윌리엄스는 1883년 미국 뉴저지주 러더퍼드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고향 러더퍼드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시를 썼다.낮에는 진료하고 저녁에는 일상의 풍경과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를 썼다.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살아 있는 언어로 그림 그리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동시대 시인들과 달리 구어로 시를 썼는데 이런 이유로 평단의 냉대를 받았다. 말년에 뒤늦은 명성을 얻어 ‘20세기 최고의 미국적 시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앨런 긴스버그 등의 ‘비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대표작으로 시와 산문이 뒤섞인 실험적 작품 <봄과 모든 것>, 그의 사후에 퓰리처상을 안겨준 <브뤼헐의 그림들과 다른 시들>, 평생 지역성에 천착한 그의 시 세계와 언어적 실험정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사시 <패터슨> 등이 있다. 그 시집이 최근 황유원 시인 번역으로 국내 출간됐다. 완역은 이번이 처음이다.임근호 기자
‘목소리 하나로 기적을 만든 사람.’테너 백석종(38)을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4년 전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한 그는 음악가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이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MET)에 잇따라 주연으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백석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유명 무대에 서는 성악가여서가 아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재능이 반짝이는 영재도 아니었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도 않았다. 30대의 늦은 나이에 음역대가 다른 바리톤에서 테너로 길을 바꾸기까지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는 오직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실력을 쌓았고, 기회를 잡아 지금의 자리에 왔다. ‘개천에서 난 용’이 사라진 시대, 그의 스토리가 한층 특별한 이유다. 유럽 순회 연주 준비로 분주한 백석종을 이메일로 만났다. 그의 글에는 ‘믿음’ ‘꿈’ 같은 단어가 빈번히 등장했다.▷올해 초 뉴욕 MET에 테너로 데뷔했습니다. 현지 반응은 매우 뜨거웠고요. (MET로부터) 캐스팅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드디어 올 게 왔구나’ 생각했죠. 2022년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대타로 ‘삼손과 데릴라’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운이 좋았는데, 그때 MET 캐스팅 디렉터가 영국 출장을 와서 제 무대를 보게 됐어요. 정말 운이 좋았죠. 특히 투란도트 칼라프 역은 제가 늘 꿈꿔오던 역할이에요. 세계 최고의 극장에서 제가 꿈꾸던 역할을 할 수 있다니…. 다른 말이 필요 있나요, 행복했죠.”그가 테너로 전향하게 된 건 학창 시절, 바리톤이 낼 수 없는 고음이 나기 시작하면서였다. 홀로 성부 전향을 고민했지만 모두가 ‘너는
수많은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각인 효과가 뛰어난 제목 셋을 고른다면? ‘그대의 찬 손’과 ‘별은 빛나건만’, 그리고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아닐까. ‘그대의 찬 손’은 푸치니의 ‘라보엠’ 1막에, 역시 푸치니 곡 ‘별은 빛나건만’은 오페라 토스카 막판에 나온다.그리고 오늘의 노래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1797~1848·伊)가 만든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을 관통하는 명곡(名曲)이다. 이 아리아를 둘러싼 일반 대중의 스펙트럼은 크게 셋일 것이다. 제목만 알거나 들어본 부류, 첫 소절 ‘우나 푸르티바 라그리마’와 곡조를 대충이라도 아는 축, 그리고 제목·악곡·배경을 모두 꿰차고 있는 실력자들. 당신이 만약 이 순간까지 앞의 둘에 속한다면 오늘이야말로 무지(無知)의 갑옷을 벗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우선 전주(前奏)가 기가 막히다. 바순이 분위기를 잡으며 하프가 은은히 깔린다. 플루트가 화려하고, 오보가 정감 있고, 클라리넷이 변화무쌍하다면 바순은 질박·단순하다. 악단에서도 앞줄 왼쪽이 플루트, 오른쪽이 오보. 뒷줄은 좌(左)가 클라리넷, 우(右)가 바순 아니던가. 마이너가 분명한 그 바순 선율을 듣노라면 묘한 마법에 끌리며 가슴속이 적셔온다.바순은 바로 주인공 네모리노의 모습이다. 네모리노는 누구인가?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이 땅의 웬만한 동네에는 소위 ‘바보’라 불리는 친구가 하나둘씩 꼭 있었다. 칠복이·삼룡이·만득이 등등. 순진무구한 영혼들! 이들은 착했으나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곧 자기객관화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