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앞두고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말로만 외쳐오던 문화입국의 꿈이 이제는 과연 실현될수 있을
것인가.

오늘의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개발논리에 밀려 소홀히
취급돼온 정신문화 살리기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정부의 획기적인 문화진흥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제15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김문환 <문화정책개발원장>의 바람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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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인 위기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나날의 연속중에 선출된
새로운 대통령당선자는 무엇보다도 위기의 정체를 바로 파악하고 이를
기회삼아 민족의 미래를 더욱 튼튼하게 다져 놓아야한다.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와 직결돼
있다.

그러나 좀더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사실상 문화적 위기라 할
만하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든지 "네마리 용중에 한마리는 지렁이가
되었다"든지 하는 외부로부터의 비판은 사실상 절대 빈곤을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물질지상주의적 사고가 낳은 필연적 결과를 지목하고
있지 않은가?

돈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망각한 정신적
해이의 결과가 사치와 낭비요, 우리보다 형편이 좋지 못한 이들에 대한
멸시와 천대였다.

외국인노동자나 북한동포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바로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이제 우리가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우선 마음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적 가치의 저장고인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좀더
본격화해야 한다.

문화 예술자체도 상업주의에 편승해 저질렀던 작태를 부끄러워 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아울러 우리가 이미 문화와의 연계없이는 경제가 더 이상 발전할수
없는 역사단계에 들어서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른바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품의 생산을
위한 체제정비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제까지의 노동집약적 내지 기술집약적인 생산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낼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가 경제의 토대가 되고, 문화적 접근이 결여된
경제전략은 실패만을 가져올 뿐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새 대통령이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발력과 함께 바탕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지구력을 동시에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같은 문화정책의 기본 방향위에 효과적인 문화행정의 추진방안이
논의됨직하다.

문화유산의 창조적 계승,예술문화의 진흥, 그리고 생활문화의 고품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부의 직제정비가 좀더 능률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문화학습 문화산업 문화외교의 영역이 활성화될수 있게 하는 구조의
정비가 강구돼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일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자치가 단견으로 인해 그 지역의 개성과 활력을
살려낼 문화행정을 오히려 위축시켜 버리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될
것이다.

새대통령도 문화예산을 국가 전체예산의 1%로 공약한 바 있다.

우리는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문화의 힘에 대한 믿음을 구체적으로 반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