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음반계는 극심한 경기불황의 여파와 시장을 주도할 히트음반 부재로
1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음반시장의 65%를 차지하는 가요부문에선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등
메가톤급 가수들이 새 음반을 내놓지 않았고 이들의 뒤를 이을 만한 대형
가수가 나타나지 않아 1백만장이상 판매를 올린 음반이 전무했다.

고만고만한 댄스그룹의 판매고에 사활을 거는 시장상황이 계속됐다.

팝과 클래식부문에서도 15만장이상 판매된 음반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영상음반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음반시장이 90년이후 매년 5~10%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10%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도매상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에도 97년은 시련의 한해였다.

지난해 가격인하경쟁으로 촉발된 도매상간의 마찰은 국세청의 세무사찰을
불러와 사업을 크게 위축시켰다.

또 점유율 30%대의 신나라레코드물류가 "아가동산"사건에 휘말리면서
도매업계는 거의 초토화되다시피했다.

암울한 시장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유통기법의 선진화" "가격정찰제
도입" "음악저작권 위탁관리대행업의 활성화" 등으로 가시화됐다.

대일레코드 국도레코드 등 대형업체들이 바코드 부착 등 전산화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국영상음반협회(음협)와 도매상연합회(도연)를 주축으로 가격
정찰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음악출판사를 중심으로 음반의 복제권료를 제대로 징수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음협 도연 등 이익단체와 외국직배음반사
사이에 충돌이 생겨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음반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대기업들도 삼성을 제외하곤 고전을
면치 못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계열의 금강기획은 올초 "멀티미디어"라는 레이블을 확정하고 음반
제작과 판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프로듀서 김형석씨를 영입하며 의욕을 보인 대우계열의 세음미디어도 발매
음반마다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5개 앨범을 내놓는데 그친 LG소프트의 경우 한때 "음반업 포기설"이
나돌았다.

대기업의 음반사업 진출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다시 제기된 가운데 삼성
영상사업단의 음반사업 성장이 주목할만했다.

올해 매출예상액은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5백30억원.

젝스키스 지누션 엄정화 등 소속가수들의 음반이 잘 팔린데다 악레이블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클래식음반시장의 상대적인 호조도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매출액이 지난해와 엇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이저직배사들간에 경쟁적으로 벌어진 강도높은 기획과 마케팅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슈베르트 탄생 2백주년" "브람스 1백주기" "오페라탄생 4백년"의 기념
음반, "DG, 필립스 듀오" "EMI 레드라인, 세라핌" "BMG 듀오" 등 앞다투어
나온 염가음반시리즈가 구매자의 입맛을 당겼다.

또 10~20대 주부층 어린이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매력적인 편집음반들이
쏟아져나와 호응을 받았다.

이들 음반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정통 클래식음반의 위축을 가져왔고 사람들의 음악적 욕구를 표피적인 만족
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상반기 시장은 음악영화 "샤인"관련 앨범이 석권했고 하반기에는 보첼리
브라이트만의 음반이 시장을 주도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