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해가 저문다.

문화예술계는 올해 일찍부터 불어닥친 불황으로 외형성장보다 내실추구에
힘을 기울였다.

97년 문화예술계의 성과및 남겨진 과제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97년 종교계는 종교와 종파간 화해와 협력을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회장 송월주 조계종총무원장)가 3월 설립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종교인평화회의(회장 김몽은신부)도 타종교 이해강좌를
개설하고 종교유적지를 순례하는 등 종교간 만남의 장을 펼쳤다.

그런가 하면 천주교 김수환추기경과 개신교 강원룡목사가 불교방송의
팔만대장경 캠페인방송에 출연해 이채를 띄었다.

남북한 종교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올해의 성과.

불교에서는 5월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남북불교도 공동발원문을
발표했으며, 개신교쪽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부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종교별로 보면 불교계의 경우 사찰관람료 분리징수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다.

정부와 조계종측이 협의해 불교쪽에서 일단 분리징수방안을 철회하긴
했지만 문제의 불씨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다.

월하종정이 종정직을 사퇴한 것도 불교계의 관심거리였다.

직원의 공금횡령으로 야기된 불교방송 사태도 큰 충격을 던졌다.

이런 가운데 12월 9~10일 조계종지도자들이 모여 앞으로 조계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져 주목을 끌었다.

개신교에서는 한해동안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 줄기찬 움직임을
보였다.

10월엔 한국장로교협의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협의회가 통합을 결의,
한국장로교총연합회라는 새 기구를 출범시켰다.

진보적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김홍도)도 기하성 정교회등
보수교단을 영입한데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최훈)와의 대화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예장통합측의 바른목회실천협의회(회장 손인웅목사)와 합동측의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회장 옥한흠목사)등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
4개 교단의 개혁성향 목회자그룹이 단일협의체인 한국장로교목회자협의회를
조직했다.

천주교에서는 올해 만75세로 정년을 맞은 김수환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임기만료가 가장 큰 뉴스였다.

김추기경이 로마교황청에 낸 사표가 수리되지 않음으로써 추기경의
교구장직은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지난 2월 서울대교수 최창무주교등 사제 9명이 사후에 장기를
사회에 기증하고 시신은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겨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꾸르실료 세계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돼 한국교회의 위상을 확인시켰으며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절두산성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결정됐다.

유교에서는 최근덕 전 성균관장과 재단측의 싸움이 계속됐다.

이 분쟁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오춘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