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오히려 문화산업 기반구축의 호기입니다. 기업과 공공단체의 구조
조정, 직종 전환교육및 복지정책 강화 등 급격한 혼란속에서 정체성 확립과
정신 재무장을 통한 "희망찾기"가 절실한 만큼 문화경제학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화경제론"(서울대 출판부)을 펴낸 김문환(53.서울대교수)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은 "경제와 문화는 비행기의 양날개와 같다"며
"문화의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이 책은 문화경제학의 태동부터 기업메세나활동의 필요성, 문화상품의
시장성 등을 사례별 분석과 함께 상세히 다루고 있다.

러스킨, 모리스, 케인즈의 초기 문화경제학적 관점을 짚어보고 미국 유럽
일본의 현황도 폭넓게 분석했다.

"21세기 변혁의 요체는 경제력이지만 문화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국제화의 또다른 축인 문화의 힘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군사력과 이데올로기에 의한 양극체제가 무너지고 경제와 문화가 이를
대체할 카드로 떠오르고 있는 마당에 경제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는 그
나라의 문화력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의 석학들이 국력의 중요한 지표로 문화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

그러나 그는 문화를 기업마케팅의 수단으로 여겨 당장 팔리거나 홍보효과가
있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면 자칫 보다 큰 "인간가치"를 훼손시키는 오류를
범할수 있다고 말한다.

무한경쟁시대에 문화를 경제의 종속변수쯤으로 여기고 소홀히 한다면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또다시 강대국의 종속화 식민지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산업이라면 자꾸 하드웨어를 생각하는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문화의 저장고"를 풍요롭게 채워야 정신과 경제
성장이 조화를 이루지요"

그는 또 "기업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 자세로 본격적인 메세나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가 됐다"며 "정부쪽에도 문화예술활동의 지원뿐 아니라 이를
위한 조직정비 인재양성 문화경제학등 예술관련 학문의 진흥, 기업메세나를
활성화시킬 세제개선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원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곧 체계적인 내용의 "문화교육론"을 준비중이다.

김원장은 서울대 미학과를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1세기위원회부위원장 한국공연예술평론가협회장 등을 지냈다.

주요저서로 "근대미학연구" "문화입국론" "미래를 사는 문화정책" 등이
있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