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유화의 도입과 전개과정을 한눈에 조망해볼수 있는
"근대미술-유화:근대를 보는 눈전"이 9일~98년 3월10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503-9678)에서 열린다.

서양미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의지를 보여준 18세기후반의 양풍미술에서
부터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화가들, 그리고 서양화
1세대들의 진면목을 보여줄 이번 기획전에서는 미공개작 50여점을 포함,
모두 1백30여명의 작품 2백80여점이 선보인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최된 근대미술전중 최대규모가 될 이번 전시회는
양풍미술의 여명기인 18세기후반부터 60년대까지를 "유화가의 탄생과
화단형성"(10~20년대) "그룹활동과 이념의 다양성"(20~45년) "광복과
전쟁기의 미술"(45~53년) "전후 근대미술의 변환"(53년 이후)등 5단계로
나누어 대표적인 특징을 보여줄 예정.

출품작가운데 특히 최초의 누드화로 1916년 도쿄미술대학 졸업작품중
최우등상을 받은 김관호의 "해질녘"(도쿄예대소장)을 비롯 한국에서 활동한
최초의 서양인화가였던 네덜란드계 미국인 휴버트 보스가 그린 "고종황제
어진"등이 눈길을 끈다.

또 기독교성화를 민화풍으로 그린 19세기말의 유화(작자미상)와 개항기
장터풍경을 이방인의 눈으로 묘사한 자클레와 케이츠의 판화, 팔레트속에
자화상을 그려넣은 서동진의 "팔레트속의 자화상", 이희영의 서양화풍으로
그린 "견도"등도 관심을 끈다.

이밖에 정확한 형태묘사와 음영표현으로 새로운 화풍을 보여준 김두량
채용신, 그리고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한 고희동 김찬영, 구미유학파인 이종우
나혜석 임용련 백남순, 근대미술의 토양을 비옥하게 가꾼 김환기 구본웅
김인승 심형구의 작품도 출품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또 특징이 유사한 작가들을 묶어 전시하는 코너도
마련한다.

6.25전쟁중 월북한 길진섭 김용준 임군홍등의 작품을 전시하는
"월북화가코너"와 전쟁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수억 박고석 이중섭의
"전쟁기 유화작품코너", 이름만 남아있는 도쿄미술학교 졸업생들의 자화상을
모아놓은 "망각속의 유화코너"등을 별도로 설치했다.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김희대씨는 "전시작은 모두
진위여부와 사료적 가치를 사계권위자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로부터
검증받았다"고 밝히고 "한국근대미술 체계화작업의 일환으로 내년에는
"근대한국화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