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을 보물로, 옛것을 새것으로" 모든 것을 아끼고 절약해야 하는 요즘
"재활용"이란 단어가 새삼 절실하다.

세상에 버릴것은 없다(?).

재건축 현장에서 나온 한옥 서까래, 쓰고 버린 합판상자, 부서진 마네킹
등이 훌륭한 인테리어소재로 둔갑한다.

설치미술가 이환(IDM 환경문화연구소 대표,790-9090)씨가 설계한 소프바
(소주호프 바) "고구령".

고구려의 영이란 뜻의 간판처럼 고구려고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실내가 인상적이다.

이환씨는 ""옛것"에 대한 관심을 갖고 폐품 등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구려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한다.

개념(고구려)이나 소재(폐자재)를 "과거"에 두면서도 신세대고객 취향에
맞게끔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꾸미려 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신천에 이어 최근 강남에도 오픈했다.

강남점 입구에 들어서면 우측 벽속을 흐르는 물줄기가 "고분"속으로
인도한다.

"해저왕국 고구려"라는 상상의 이미지에 따라 고구려인이 바닷속에서
사냥하고 인어가 되어 물속에서 노는 모습등 새롭게 해석돼 그려진 벽화가
이색적이다.

설치미술품으로 바뀌어서일까, 얼핏 봐선 폐자재를 썼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바의 장식장, 군데군데에 박혀 고풍스러움을 더해주는 나무소재가 바로
동교동 재건축현장에서 모아온 것들.

오랜 세월동안 단단하게 굳어 건축자재로는 더없이 좋다고.

인체가 얽혀 있는 모양의 기둥들은 버려진 마네킹들을 모아 만든 것이다.

마네킹의 다리를 이용해 화장실에 벽걸이를 만든 아이디어도 재미있다.

전체 바닥재와 배모양으로 만든 좌석공간은 수출입박스의 합판을 이용한
것.

"배"에 사용된 합판은 이씨가 직접 표면을 파내 우툴두툴한 질감이 나도록
했다.

또 을지로상가에서 모양이 안맞아 버려진 타일조각을 거둬다가 군데군데
바닥재로 사용했으며 자투리 광섬유를 천장에 박아 별처럼 반짝이게 했다.

의자도 저렴한 소재의 천에 각종 문양을 날염해 사용했다.

재활용의 압권은 양변기를 "완벽히" 소독한후 천으로 덮어 만든 의자.

이 곳에 앉아 술을 마시는 기분은 어떨지...

특이한 공간에 호기심을 갖는 신세대들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재미있어
한다고.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