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관리''로 요약되는 한국경제의 위기는 상당부분 책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할수 있습니다.

책을 안읽어 한국경제의 취약성을 알아내고 세계의 변화상황을 파악하는
혜안을 가질수 없었던 것입니다"

김낙준(65) 금성출판사 회장.

40여년 출판 외길을 달려온 그답게 현재의 경제위기를 한국인의 낮은
독서율과 연관시켜 분석했다.

"책이란 예나 지금이나 한 시대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반영합니다.

1인당 연간 1권도 읽지 않는 우리의 독서현황은 보다 나은 문화와 삶의
질을 가로막습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우리가 책을 더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주고 있지요"

사실 그는 독서문화 정착을 위해 애쓴 기업인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해외동포 책보내기운동" "낙도어린이 책보내기운동" "산간벽지 책보내기
운동 "등은 그가 주도적으로 벌인 사업들.

군부대등에 도서보내기운동을 할 때도 빠지지 않는다.

30년이상 양서 발간만을 고집해온 것도 김회장을 독서문화 기업인으로
꼽는 이유중 하나다.

그는 "국어대사전" "세계문학대전집(1백20권)" "기본학습학생대백과(20권)"
"조선왕조5백년(36권)" "학습만화시리즈(80권)"등 일반 출판사들이 외면하는
분야의 책을 계속해서 내고 있다.

또 지난 93년 국내 처음으로 독서문화재단(금성출판문화재단)을 설립,
"책읽기 운동"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재단의 사업은 "독서대상"과 "MBC창작동화대상"등 크게 두가지.

"독서대상"은 꾸준히 책을 읽는 학생들과 이들의 독서지도에 힘쓴
일선교사를 선발, 시상하는 것이며 "MBC창작동화대상"은 문화방송과
공동으로 우수 창작동화작가를 지원하는 사업.이밖에 장학금으로 연간
3천만원을 지급하는 등 매년 출판사 수익금의 4분의1인 10억여원을
독서진흥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독서장려를 위한 일이라면 거액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지난93년 정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책의 해"를 맞아 "독서새물결운동"을
전개할 때 집행위원장이었던 그가 정부지원금 10억원의 10배인 1백여억원을
주저없이 내놓은 것은 출판계에 널리 알려진 일.

"책 속엔 인류의 모든 지혜가 녹아 있습니다.

독서를 통한 평생교육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건강하고 희망차게 만들수
있다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출판인들의 신념입니다"

그는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 민족이라는 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원래 책을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고려시대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과거를 통해 인재를
등용했다는게 그 증거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일제가 만들어낸 얘기이에 불과합니다"

그는 그러나 일반인들이 예전처럼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구지역 초.중.고교에서 결의한 "1주 1권 읽기"등 의식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

또 전국민적 차원에서 독서열기가 생겨나고 이를 위해 정부및 출판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회장은 또 3년전부터 매일 1시간씩 고미술공부를 하고 있다.

2천년대에 미술관을 설립,종합문화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그는 단국대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으며 65년 금성출판사를
설립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장, 93책의해 조직위원장,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이사등을
지냈다.

<박준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