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강승원(57)씨가 한말부터 1백년동안의 격동기를 그린 장편소설
"남한강"(전3권, 소담출판사)을 내놓았다.

주인공은 3.1운동 직후 "제천 갑부"인 친일지주 집 안방과 행랑채에서
태어난 두 소년.

주인집 아들 이준기는 일본유학을 다녀온 뒤 공안검사와 검찰총장
법무장관으로 출세길을 달리고 소작인의 아들 조남북은 김구선생의 경호원과
철도원등을 전전하면서 파업주동자로 몰려 감옥을 드나들다 인공치하에서
잠시 민청위원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40여년의 옥고를 치르고 출감한 조남북은 딸네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권좌에서 물러나 여생을 즐기던 이준기는 어느날 안방에서 괴한에게
살해당하는데 범인은 바로 30여년전 하녀를 건드려 낳은 자신의
사생아였음이 밝혀진다.

이 작품은 부와 권력만을 좇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했는지를 보여주면서 원한에 사무쳐야 할 피해자들이 오히려 화해와
평등한 세상이 오기를 기구하는 모습을 함께 그린다.

고통스런 현실을 감내하며 순박하게 살아온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가
충북 강원 경북등 접도지역 산골사람들의 질박한 언어로 복원된 것도 특징.

작가는 "신문학 초기부터 유식을 자랑삼고 개화된 체 하느라고 남의 나라
말을 너무 많이 인용함으로써 우리말을 오염시킨 게 안타깝다"며 "70여만자,
17만여 낱말로 이뤄진 이 소설에서 단 하나의 외래어도 사용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