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떼시스 (SKC)

폭행과 강간, 엽기적인 살인 현장을 담은 영화를 일컫는 "스너프 필름
(Snuff Film)"을 소재로 한 스릴러.

매스미디어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앙헬라는 "영상폭력물과 가정"이란
주제로 논문을 쓰기 위해 지도교수에게 영상자료를 부탁한다.

지도교수는 영상자료실에서 꺼내온 비디오테이프를 보다 심장마비로
숨지고 앙헬라는 현장에 있던 테이프를 슬쩍 가져온다.

그것은 다름아닌 스너프필름.

앙헬라는 동료인 체마와 함께 스너프필름을 찍은 살인범을 추적해간다.

23세의 스페인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스너프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빌려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의 폭력.

선정성과 겉으로 욕하면서도 속으로는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재기 넘치게 조롱한다.

관객을 화면에 끌여들여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능수능란한 솜씨가
일품이다.

아나 토렌트, 펠레 마티네즈 주연.

<> 억수탕 (DMV)

대중탕에서 일어남직한 에피소드들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남탕에선 만화방에서 소일하는 영화감독지망생, 여탕에선 인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아내며
삶의 진실을 드러내려 했다.

결과는 역량 부족.

소재의 선정성을 완만한 카메라움직임과 템포조정으로 극복한 것은
평가해줄 만하지만 갖가지 에피소드를 일관된 흐름으로 감칠맛 나게 엮는
능력이 아쉽다.

차라리 담담하게 에피소드를 나열했으면 좋았을 듯.

무엇인가 고귀한 진리를 깨달은 듯한 사진작가의 표정이 우스꽝스럽다.

곽경태 감독, 방은희 김의성 주연.

<> 스카이 닥터 (우일)

술집에서 달아난 여자들을 잡아다 주는 사소한(?)일마저 번번이 실패,
멍텅구리배에 실릴 운명에 처한 깡패 양구 (박상민)와 흑산도에
공중보건의로 가던 의사 기민 (윤다훈)은 얼떨결에 운명이 뒤바뀐다.

흥미로운 소재와 명계남 김일우 권용운 송옥숙 등 화려한 조연진이
박장대소를 기대하게 하지만 느슨한 구성과 상투적인 과장, 맥빠진 연기
등은 코미디가 결코 쉬운 장르가 아님을 알려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