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안방 전쟁이
시작됐다.

거대한 식인뱀이 등장하는 공포물 "아나콘다" (콜롬비아)가 26일 첫선을
보인데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2-잃어버린 세계" (CIC),
배트맨시리즈 4탄 "배트맨과 로빈"(워너),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액션물
"콘에어"(브에나비스타),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SF물 "멘 인 블랙"
(콜롬비아) 등이 12월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1년중 최대 성수기인 겨울시즌 비디오시장은 소위 "서머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잔치.

메이저제작사는 각사 최고의 상품을 이 시기에 내놓고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인다.

각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정면 충돌".

이를 막기 위해 발매 일정을 둘러싼 극심한 눈치보기도 연례행사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쥬라기 공원2"를 기준으로 한 발매 일정이
절묘하다.

"쥬라기공원2"의 발매일은 12월2일.

"아나콘다"가 "쥬라기공원2"보다 1주일 전에 치고 나왔고 공룡파워가
한풀 꺾일 무렵부터 "배트맨과 로빈"(12일), "콘에어"(19일), "멘 인 블랙"
(26일)이 정확히 1주일 간격으로 등장한다.

블록버스터와의 맞대결을 피해 11월초에 나온 "제5원소"(스타맥스)는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상태.

업계의 관심은 어떤 작품이 1위를 차지할 것인가, 또 비디오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판매량을 올릴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흥행 1,2위를 다툰 "쥬라기공원2"의 CIC와 "콘에어"의
브에나비스타가 서로 1위를 장담하고 있다.

여기에 "멘 인 블랙"의 콜롬비아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던져 3파전이
예상된다.

"쥬라기공원2"는 전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흥행기록을 남긴 전편의
후광과 감독 스필버그의 명성에 힘입어 인지도에서는 가장 앞선 상태.

"콘에어"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액션스타로 떠오른 니콜라스 케이지의
매력이 십분 살아있고 국내 비디오시장이 유독 선호하는 정통액션물
이라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토미 리 존스와 윌 스미스가 기이한 모습의 외계인들과 흥겨운
한판대결을 벌이는 "멘 인 블랙"도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

각사의 마케팅경쟁도 뜨겁다.

CIC는 대여점을 대상으로 사전주문제를 실시, 구입량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고 브에나비스타는 코카콜라와 손잡고 훼미리마트
세진컴퓨터랜드에서 12월 한달동안 대대적인 타이-인 프로모션을 벌인다.

콜롬비아는 LG전자와 연합광고를 준비중이다.

제작사측은 "쥬라기공원2" 13만여장, "콘에어" 12만장, "멘 인 블랙"
12만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10만5천~11만장 수준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나콘다"는 할리우드의 샛별 제니퍼 로페즈, "배트맨과 로빈"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연소자관람가가 마케팅 포인트.

각각 7만~8만장의 판매량이 예상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