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의 무성의한 외화편성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다.

KBS2TV는 12월1~3일 오후9시50분 "오드리 헵번 특선시리즈"를 내보낼
예정이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마이 페어 레이디"등 널리 알려진
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3편을 잇따라 소개하는 것.

따라서 이 시간에 방송되던 월화미니시리즈 "완벽한 남자를 만나는 방법"
"서세원의 화요스페셜"등은 한주 결방되고 수목드라마 "그대 나를 부를 때"는
목요일에 2회연속 방영될 계획이다.

KBS 편성관계자는 ""로마의 휴일"이 KBS연중기획인 "시청자가 뽑은 다시
보고싶은 영화"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판권 계약상 12월이 돼야 방송할수
있어 이같이 특집시리즈로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12월 중순에는 대선관련 특집프로그램이 많고 연말에도
특집이 이어져 자칫하면 올해 안에 방송되기 힘들 수도 있었다는 것.

그렇더라도 정규프로그램을 중단하고 3일연속 영화를 내보내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KBS가 현재 1주일에 4~5편의 외화를 방영하는 것을 감안할 때 무리수를
써가며 3일연속 편성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것.

KBS는 "시청자가 뽑은..."라는 타이틀 아래 순위밖의 영화를 방영하거나
토~일요일에만 4~5편의 외화를 방영하는 등 들쭉날쭉한 외화편성을 일삼아
왔기 때문이다.

최근 10~11일에도 같은 타이틀로 "러브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를
잇달아 편성, 시청자의 반발을 샀다.

한편 KBS의 이같은 외화편성에 대해 MBC가 "예감"의 인기를 업고 새로
시작하는 "복수혈전"의 김빼기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불황여파로 방송사가 영화를 선호하는 것도 한가지 요인으로
풀이된다.

자체 제작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시청률경쟁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KBS2TV가 가을개편 한달도 안돼 다시 개편을 실시한데
이어 성의없는 외화편성을 되풀이하는 것은 공영방송답지 못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