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악계는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의 뒤를 이을 새로운 테너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이들의 노쇠함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3 테너"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들에 비견할만한 테너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음반사를 중심으로 "3 테너"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활발해서 1년에
2~3명 정도가 "제4의 테너"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차세대 테너군의 선두주자는 로베르토 알라냐(35).

그의 부인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함께 녹음한 앨범
"푸치니오페라 제비"가 97년 그라모폰상 "올해의 최고음반"을 수상하면서
더욱 성가를 높였다.

최근에는 도밍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세
쿠라(35)가 강력한 "제4의 테너"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음악지 "오페라 나우" 9,10월호는 쿠라를 "97/98시즌의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크게 부각시켰다.

알라냐의 새앨범 "세레나데"(EMI)와 쿠라의 첫음반 "푸치니아리아집"
(에라토)이 나왔다.

"세레나데"에서 알라냐는 동생 프레데리코와 다비드의 기타 편곡반주로
시칠리아와 나폴리 민요및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아리아를 노래한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오 나의 태양"등 친숙한 민요와 "저 창가로 와요"
"너희가 내이름을 안다면"등 유명 아리아가 기타 2대의 섬세하고 클래식한
반주와 알라냐의 미성으로 새옷을 입는다.

가족적인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음반 전체를 감싼다.

도밍고가 지휘하고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은 "푸치니아리아집"
에서 쿠라는 "공주는 잠들지 못하고" "별은 빛나건만" "그대의 찬손"등
주옥같은 아리아를 노래한다.

힘차고 강직한 음색, 풍부한 성량, 젊음을 과시하듯 고음부를 가볍게
처리하는 싱싱함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답답하고 둔탁한 느낌을 준다.

쿠라의 목소리는 깨끗하지 못하고 발음도 선명하지 않다.

첫음반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하지만 거품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