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양요때 천주교신자들의 잘못을 공식 사과하는 성명서가 천주교측에서
발표됐다.

인천가톨릭대 (총장 최기복 신부) 교수단이 그 주인공.

이들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1866년 병인양요 뒤 프랑스군이 강화도에서
철수하면서 관아와 도서 등 문화재를 불사르고 많은 귀금속과 물품, 그리고
외규장각 도서 (3백45권)를 약탈해갔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선교사와
조선 천주교신자들이 길 안내와 통역 정보제공등으로 프랑스군에 협력한
점을 시인했다.

당시 천주교신자들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받으려는 일념만을 가졌을 뿐
프랑스정부의 식민주의 의도나 국제정세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이 행동이 결과적으로 강화도민에게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
불행을 초래했다며 따라서 천주교인으로서 강화도민과 민족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교수단은 아울러 프랑스정부의 외규장각 도서 탈취는 명백한 약탈행위인
만큼 책 전체를 조속히 반환해줄 것을 프랑스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국 병인양요의 상흔은 이 도서가 반환돼야만 치유되리라
믿는다면서 외규장각 도서의 완전한 반환이 이뤄질 때까지 국내외 선의의
하느님백성과 연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