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는 해마다 8월이면 "인형의 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춘천인형극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세계 10여개국 6백여명의 인형극인들이 춘천에
모여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준다.

올해에도 춘천의 8월은 인형과 어린이들로 넘쳐났다.

주요거리와 어린이회관 문예회관 등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리고
거리축제가 잇따랐다.

14일부터 5일동안 5만여명의 어린이 및 부모들이 "꿈과 사랑"을 주제로
한 제9회 춘천인형극제를 관람했다.

춘천이 이처럼 "인형의 도시"로 가꿔진 데는 종합 캐릭터업체
(주)바른손의 도움이 컸다고 춘천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만 해도 총경비 9천만원중 3천만원을 바른손이 지원했다.

여기다 인형극제 집행위원회에 6~7명의 인원을 파견, 대회 진행을
도왔다.

강준혁 인형극제 집행위원장은 "후원금도 후원금이지만 더 중요한
인적자원을 파견한 바른손이 없었다면 대회진행 자체가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바른손이 춘천인형극제와 인형을 맺은 것은 89년.

춘천어린이회관이 식당으로만 운영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자 YWCA를
대신해 바른손이 위탁관리를 맡으면서부터였다.

"어린이가 밝으면 나라의 장래도 밝습니다.

어린이가 어두우면 사회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에게 건강한 문화를 심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그중 하나가 인형극제입니다"

박영춘(59) 바른손 회장은 어린이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축제 한마당으로
인형극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춘천인형극제는 처음부터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제대로 된 문화행사에 목말라 있던 시민들이 적극 도왔다.

3회까지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던 시도 4회때부터 매년 5천만원의
지원금과 청소, 교통, 질서유지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형극제가 8회째를 맞은 96년 춘천은 문화체육부의 우수 지방문화도시로
선정됐다.

"기업이 후원하는 문화행사도 결국은 시민들이 얼마나 동참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것은 돈을 얼마나 많이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박회장은 대기업 위주의 기업메세나 풍토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할 일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비용이 필요한 큰 행사에는 대기업의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에게 작은 휴식을 줄수 있는 문화행사에는 중소기업의 보탬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매년 5월5일 춘천에서 열리는 소년소녀가장돕기 걷기대회와 강원도내
결손가정 어린이돕기를 후원하는 것도 박회장의 이런 생각에 따른 것이다.

그는 21세기 기업의 성패는 문화에 달려있다고 얘기할 만큼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업인이다.

"기업경영은 사회라는 커다란 테두리에서 행해지는 문화행위로 볼수
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문화를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에선 기업메세나는 이미 보편화된 사회운동이지요"

박회장은 앞으로 문화재단을 설립, 어린이문화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 방배동 본사에 어린이전용 소극장을 마련하는 것도 계획중이다.

박회장은 39년 춘천 태생으로 춘천고등학교와 강원대를 졸업했으며
71년 (주)바른손카드를 설립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