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에서 온 누님은
퇴근하고 귀가하는 나를 보고
같은 말만 함.
동구밖 고목 허리를 씨잉 씽 스치는
바람이구나 바람처럼 바쁘구나 너는.
아니 사람들 모두 그렇구나
하고 혼자인 듯 들으라는 듯
되풀이해 말함.
그날 이후 동구밖 고목 나무의
잘룩진 허리
엉치 아래 휑하니 뚫린 커다란 구멍
그 언저리에만 가 놓여 헤여날 줄을
모름
이어 길림과 인사동 사이
나 막막한 그 거리를 생머리로 헤아리다
바보같이
손뼘으로 재고 있음.

시집 "소문리를 지나며"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