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임철우(43)씨가 전작장편 "봄날" (전5권 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이 작품에는 광주민주화항쟁에 얽힌 80년 5월의 열흘 밤낮이 원고지
7천장으로 구성돼 있다.

주인공은 한무석 명치 명기 등 세 아들.

이들은 물론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인물이지만 시민수습위원인
정베드로신부와 광주항쟁의 핵심인물로 마지막날 새벽 도청에서 사살된
윤상현, K일보 광주주재 기자이자 윤상현의 친구인 김상섭, 31사단
의무장교 조영준 등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했다.

"아직도 5월 얘기냐며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때를 3.1운동
시절처럼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역사적 부채감을 무겁게
느꼈습니다"

당시 스물여섯살의 대학 4년생이었던 그는 "몇개의 돌멩이를 던졌고
겁에 질려 쫓겨다니거나 도시를 빠져 나가려고 했으며 마지막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기만 했을 뿐"이라며 "살아남은 것도 부끄러운데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했다는 "이중의 죄책감"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17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날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길도 많이
바뀌었지만 총구앞에 서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영원한 악몽이고
치유되지 않는 생채기입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