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이 안나와도 폭소가 터집니다"

"주성치가 안나와도 웃겨요".

국내 비디오사가 한국과 홍콩의 코미디영화를 홍보하면서 만들어낸 카피
문구.

정말 박중훈이나 주성치가 나오지 않아도 웃기고 재미있을까.

박중훈.

93년 "투캅스"이후 국내에서 히트친 코미디영화엔 으레 그의 이름이 들어
있다.

주성치.

80년대말 홍콩의 코미디황제로 떠올랐고 "쌍주일성"이란 말이 나올만큼
주윤발, 성룡과 함께 9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각각 한국과 홍콩을 대표하는 코미디배우이자 최고의 흥행배우다.

표정연기와 순발력, 재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의 영화에는 "박중훈표" "주성치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만큼
각자 뚜렷한 개성과 웃음의 카리스마가 작품전체를 지배한다.

이들이 절정의 코믹연기를 펼치는 최신작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박중훈의 "할렐루야"와 주성치의 "산사초"가 그것.

올여름 개봉된 "할렐루야"는 서울 관객 30만을 돌파했고, "산사초"는
"쥬라기공원2" "맨인 블랙"에 이어 홍콩흥행 3위를 기록했다.

"수탉" "가슴달린 남자"의 신승수감독이 2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할렐루야"
에서 박중훈은 소매치기이자 건달인 양덕건으로 등장한다.

자칭 사기꾼인 전과 3범의 양덕건은 건달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일확
천금과 짝사랑하는 노유라(성현아)와의 단란한 가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갑갑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한탕의 기회가 찾아온다.

뺑소니차에 치인 사람을 병원으로 옮기던중 주머니속에서 개척교회 부흥
자금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정편지를 발견한 것.

덕건은 시골목사인 척하고 교회에 잠입하지만 뭔가 어색함을 눈치챈
교회도 쉽게 돈을 내주려 하지 않는다.

덕건은 친구 동팔(이경영)의 도움을 받아 그럴듯하게 목사행세를 해내고
가짜 기적을 일으키는 등 교회를 상대로 한 사기극은 무르익어간다.

박중훈은 야비하고 이기적이지만 모질지 못한 덕건역을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한다.

다소 과장되고 오버액션 측면이 없지 않으나 상황에 맞는 솔직한 표정과
말투로 자연스런 웃음을 이끌어낸다.

목사방에 들어가 침대에서 통통 튀며 꿈에 부푸는 장면은 압권.

그의 온갖 변화무쌍한 원맨쇼는 시나리오의 허술함을 채우고도 남는다.

"산사초"는 "구품지마관" "심사관"의 맥을 잇는 시대극이자 법정코미디.

"구품지마관"에서 고된 수련과정을 거쳐 포청천의 지혜를 터득해 법정에서
맹활약한 주성치.

"산사초"에서는 청나라말기 최고의 변호사인 창으로 나온다.

창은 뛰어난 실력을 가졌으나 돈을 지나치게 밝히고 장난이 심해 빈축을
사는 법정인.

창의 조수 푼은 창이 그가 짝사랑하는 슈이를 가로채려는 듯하자 홍콩으로
떠난다.

영국 통치하의 홍콩에서 푼은 음모에 휘말려 살인누명을 쓴다.

이 소식을 들은 창은 홍콩으로 건너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언변술을
총동원, 영국법정과 맞선다.

주성치는 그의 단골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인간의 야비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말끔한 마스크를 배반하는 익살이 가득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