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가 새로 시작한 "레디고".

"우리들의 천국"이후 3년반만에 다시 등장한 캠퍼스드라마다.

7일 방영된 첫회분은 순수한 정열을 지켜나가는 다양한 대학생들의 꿈과
이상을 그린다는 당초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보여주기에만
치중한 느낌이다.

대학캠퍼스와 영화동아리라는 공간적 배경만 빼면 굳이 캠퍼스드라마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젊은이를 내세운 기존 트렌디드라마와 차이가 별로 없고 구성은
산만할뿐더러 이야기 전개나 갈등구조 또한 어색하고 유치하다.

가정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주인공 서경 (윤손하).

아르바이트 때문에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서경을 이해 못하고 바쁜척
한다며 무시하는 찬기 (차태현)와의 갈등이 주내용.

찬기가 주디 (진재영)를 만나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한다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려던 책을 승주 (원빈)가 먼저 가져갔다고 싸우려 드는 설정은
지나치게 어색하다.

승주가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무작정 질주하는 내용 역시 극의
흐름과 무관하게 연기자의 이미지를 통해 청소년의 시선을 붙잡아놓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볍다는 느낌을 벗어나려는 듯 주인공들이 뇌까리는 독백도 극의
흐름과 맞지 않아 지나친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연출자 이창한PD는 청소년드라마 "사춘기"를 제작했고 작가 홍진아씨는
"나" "신세대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등의 대본을 써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레디고" 첫회분은 중고생에서 대학생으로 연령이 높아졌을뿐
청소년드라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고생들의 치열한 삶과 고민을 그릴 때보다 퇴보한 모습이다.

나아진 것이 있다면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과
음악.필터를 사용,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화면구성과 세련된 음악은
드라마의 주 시청대상인 중고생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제작진은 내용보다 음악이나 감각적인 화면으로 승부하려고 마음먹은
듯하다.

지금까지 대학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현실은 도외시한채
낭만이라는 허울만 뒤집어쓴 대학에서 부족할것 없는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랑과 우정, 갈등을 다뤄온 것이 사실.

"레디고" 역시 대학생의 아픔과 현실을 보여주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회를 거듭하면서 대학생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하나씩 비춰질 것"
이라는 제작진의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