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개편으로 선보인 방송3사의 수목드라마가 폭력을 지나치게
미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 모니터회는 6일 방송3사 수목드라마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내고 드라마의 폭력묘사가 정도를 넘어섰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10월15~23일 방송된 KBS2 "그대 나를 부를 때", MBC "영웅신화",
SBS "달팽이"는 모두 크고 작은 폭력을 등장시키고 있다.

KBS2 "그대 나를 부를 때" (극본 손영목, 연출 김종창)는 금고털이
인욱 (김상중)을 둘러싼 범죄집단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MBC "영웅신화" (극본 김지수, 연출 신호균)에선 태우 (장동건) 주변의
소소한 폭력이 조직폭력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SBS "달팽이"도 동네 깡패들의 싸움을 양념삼아 그리고 있다.

과거 드라마에선 폭력이 응징되어야 할 사회악으로 묘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큰 인기를 얻은후 드라마상의 폭력은
멋진 주인공의 반항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도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게다가 조직폭력을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묘사해 기존의 가치관마저
흔들고 있다.

드라마에서 폭력이 늘상 다뤄지고,미화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러나 드라마상의 폭력묘사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게 마련이고,
반대로 시청자들은 점점 무감각해지는 악순환이 문제이다.

드라마가 실제로 존재하는 폭력을 외면하라 것이 아니라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주문이다.

그러기 위해 이 보고서는 우선적으로 드라마에서 폭력묘사를 줄여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 보고서는 방송3사 수목드라마 가운데 SBS "달팽이"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화적 분위기가 지나치긴 하지만 제작방법과 구성이 새로워지고,내용이
비교적 건강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KBS2 "그대 나를 부를 때"는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MBC
"영웅신화"는 스피디한 시각적 효과정도만 차이날 뿐 두 드라마 모두
인기스타를 앞세운 캐스팅의 정형화를 비롯, 과거의 답습에 머물러 있다고
혹평했다.

<양준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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