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회장 손경식, CJ엔터테인먼트 총괄 이미경)이 미국영화계
최고의 달러박스 스필버그와 합작한 드림웍스 SKG가 첫작품 "피스 메이커
(Peace Maker)"를 내놨다.

5천만달러 (약 4백80억원)를 들여 제작한 이 작품은 니콜 키드만과
조지 클루니를 주연으로 핵무기를 사이에 둔 미국과 소련의 신경전,
보스니아내전 등을 다룬 전형적인 할리우드영화.

미국인 주인공이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막아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미국
우월주의적인 액션영화지만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보스니아외교관의
고통이 겹쳐져 단순한 액션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제일제당이 강조하는 것은 "이 작품의 3분의1은 한국영화"라는 점.

드림웍스 SKG의 자본금중 제일제당 출자분이 3분의1 (3억달러)이고,
아시아지역 (일본 제외) 배급권도 갖고 있어 이 영화의 흥행성공은 우리
영화계의 세계시장 진출을 앞당길수 있다는 설명이다.

첫 장면은 러시아에서 벌어진 폭발사고.

군대가 운반하던 핵폭탄을 정체불명의 일당이 탈취하면서 생긴 사고다.

첨단 장비로 움직임을 관측하던 미국 정보부는 대책반을 구성한다.

총책임자는 핵물리학자 니콜 키드만과 육군대령 조지 클루니.

무기밀매범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게된 이들은 유럽 각지에서 무기를
찾아 이란으로 빼돌려지기 직전에 회수하지만 1개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한편 UN세계평화회의 보스니아대표인 외교관 듀산은 핵무기로 만든
시한폭탄을 들고 뉴욕 시내로 들어온다.

키드만과 클루니는 숨가쁜 추적끝에 핵무기 폭발을 막는다는 "예정된
결말".

가장 돋보이는 점은 악인 (테러범)에 대한 묘사.

평화조정자 (Peace Maker)를 자처하면서 뒤로는 무기를 팔아 전쟁을
조장한 강대국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친 외교관의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냈다.

톰 크루즈의 아내로 더 잘알려졌던 니콜 키드만의 연기도 눈에 띈다.

최근 개봉된 "여인의 초상"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이어 또한번 연기폭을
넓힌 듯.

즉흥적인 행동파 남성과 머리좋지만 현실감각은 떨어지는 여성을 콤비로
내세운 것은 다소 진부하다.

감독은 미국 TV시리즈 "ER (Emergency Room)"로 성가를 높인 여성감독
미미 레더.

제작사측은 이 영화가 어디까지나 러시아 마피아를 통한 핵관계자들의
핵물질 밀매사실에 근거했으며 니콜 키드만 배역도 실제인물 (CIA
핵무기단속반 제시카 스턴박사)을 모델로 했다고 밝혔다.

드림웍스는 "ET" "쥬라기공원" 등 무수한 히트작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와 디즈니 출신 기획자 제프리 카첸버그, 음반제작자
데이비드 게펜이 공동설립 (3명이 공동대표)하고 제일제당이 2대주주
(최대주주는 "마이크로 소프트" 공동설립자 폴 알렌, 5억달러)로 참여했다.

제일제당은 출자금이 회수될 때까지 전체수익의 33%, 이후에는 11%를
갖는다.

8일 허리우드 명보 등 18개 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