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일본 영화가 세계무대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이들 영화를 배우자"는 의견과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실제 이상
부풀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 있다.

이들 두 나라 영화를 주목하게 만든 계기는 국제영화제.

올해 칸영화제 그랑프리는 이란영화 "체리향기"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일본영화 "장어" (감독 쇼헤이 이마무라)가 차지했으며,
베니스영화제 대상은 일본영화 "하나비 (불꽃놀이)" (감독
기타노 다케시)에 돌아갔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화제작도 "체리향기"와 "하나비"였다.

2편 모두 개막 1주일전에 예매가 끝나고 방한한 감독들은 영화제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았다.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이란영화는 4편, 일본영화는 13편이었다.

이란영화는 마니아들의 동호인클럽 (시네마테크) 단골 레퍼토리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영화는 대학생은 물론 중고생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90년대에 일반상영된 이란영화는 2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올리브나무
사이로"가 모두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확보했다.

2편을 배급한 영화사 백두대간측은 ""올리브나무 사이로" 상영당시
하이텔 천리안 등 4개 PC통신의 영화게시판에 약 3백회의 영화평이
실렸다"며 "이는 일반적인 영화평 게재 횟수 40~45회의 7배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란영화가 최근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할리우드영화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

키아로스타미, 자파르 파나히 등 대부분의 감독이 "엄격한 회교율법과
검열이 영화생산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폭력과 섹스가 없는 영화를
만들어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본영화의 성장세와 인기도 이에 못지 않다.

최근 5년동안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12편의 일본영화가 상을 받았고,
올해에는 칸과 베니스를 석권해 상승세를 정점에 올려놓았다.

96년 일본영화 흥행 2위작인 "함께 춤추실까요" (감독 수오 마사유키)는
미국에서 관객동원순위 16위에 올랐다.

국내 영화모임에서도 일본영화는 인기 품목.

극영화뿐 아니라 만화영화의 인기도 높아 서울의 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일본 만화영화 비디오테이프와 레이저디스크 돌려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영화전문지에서 일본 만화영화 "에반겔리온" 특집호를 내자 판매율이
평균 (55~60%)보다 훨씬 높은 80%로 올라간 것도 한 예.

영화 후진국 내지 변방으로 치부되던 두 나라가 일약 "국제영화계의
총아"로 부상한 것은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그러나 일본영화의 경우 폭력과 섹스를 트레이드마크로 삼다시피 하고
있으며, 인기의 상당부분이 "금단의 열매"라는데 기인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 (595-6002)의 곽용수 사무국장은 "국내
상영이 금지돼 있다는 점때문에 과대포장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