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무지개는 어디 먼 하늘가에 따로 걸려 있는 게 아니라,
하루라는 고개를 넘는 언덕위에 어느날이나 아름답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무지개를 보고 못봄은 그사람의 마음의 눈에 달려 있다.

마음의 눈이 늘 침침하게 그늘져 있으면 무지개를 볼수 없고, 밝고
맑게 열려 있으면 어느날이나 쉽사리 무지개의 아름다운 자태를 볼수가
있는 것이다"

소설가 하근찬(66)씨가 문단 데뷔 40년만에 첫 산문집 "내 안에 내가
있다" (엔터)를 펴냈다.

이책에는 현대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수난이대" "필례 이야기" 등
수많은 역작을 남긴 그의 유년시절과 문학청년기, 전업작가로 살아오면서
느낀 감회가 담겨 있다.

57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후 스물입곱 "늙다리"로 군에 입대했다가
이듬해 폐결핵에 걸려 밀양 육군병원에 입원, "사상계"의 원고청탁서를
받고 병동부근 언덕위의 무덤 옆에서 원고를 쓰던 모습은 작가의 또다른
내면을 엿보게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곁에 사람이 있으면 글을 쓰지 못해요.

병실에서 소설을 쓴다는게 도저히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청탁에 응하지
않을 수는 더더욱 없었죠"

첫장편 "야호"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과 동시대 문학에 대한 단상,
국토의 매무새를 여러 각도에서 비춰본 여행기도 눈길을 끈다.

특히 5장에는 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에 수록된 그의 대표작
"수난이대"를 중심으로 한 문학적 모티프와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우리의 토착어를 정성들여 다듬고 세련시킨 작가" (문학평론가
유종호)로 평가받는 그가 본업인 소설에서 못다한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으면서 뿌리없는 현대인의 허상을 꼬집은 것도 관심을 모은다.

그는 "소설외의 글을 따로 발표할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칠십 가까운 소년이 되어서인지 마음이 바뀌었다"며 "내가 차린
첫잡화점에 독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약간의 부끄러움과 함께
흥미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북 영천태생인 그는 69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한국경제신문에
장편 "금병매"와 "제국의 칼"을 연재해 큰 인기를 누렸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