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두 거장 피카소와 후안 미로의 한국전이
비슷한 시기에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세기 현대미술 최고작가로 꼽히는 피카소의 미공개 작품전이
11일~11월1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새사옥 12층 특별전시장
(360-4785)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어 초현실주의의 대가 후안 미로의
작품전이 22일~12월2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720-5114)에서
열린다.

피카소전 전시작은 피카소 후기작만을 전문적으로 수장해온
스트래톤재단의 소장품.

피카소가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비서이자 가까운 친구였던 브레스누
부부에게 기증한 1백6점의 드로잉으로 지난 93년 유명한 컬렉터인 레비가
발견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처음 공개된데 이어 이번이 세계에서
두번째 전시회.

피카소의 소묘는 일반 드로잉과는 달리 회화성이 뛰어나 독자적인
미술장르로서도 손색이 없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전시작은 특히 사망 한달반 전에 그린 "앉아있는 사람"등 예술적
기교가 최고조에 달했던 말년작이어서 더욱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두식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서양화가.홍익대 교수)은 관람 뒤 "역시
대가의 작품답다"며 "피카소의 드로잉을 한꺼번에 볼수 있는 전시회는
한국에서 다시 열리기 힘든 만큼 학생들에게 반드시 관람하도록
권하겠다"고 말했다.

미로전 출품작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미로재단 소장품.

지난 45~83년 제작된 브론즈 70점, 페인팅 46점, 판화 23점, 드로잉
9점 등 총 1백48점이 전시된다.

미로는 독특한 형태의 생명체나 유기체를 달 별 해등의 이미지와
결합시켜 인간의 상상력과 서정을 자극하는 화면을 만든 것이 특징.

몽환적인 형태들은 인간의식의 저변에 잠재된 무의식, 비현실의 세계를
환기시킴으로써 이성의 한계를 극복한 초현실주의의 이념을 보여준다.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박정구씨는 "미로는 지중해 연안의 풍토와 기질에
어우러진 풍부한 상상력과 해맑은 유머가 넘치는 독자적 조형세계를 펼친
현대미술의 거장"이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작이나 유명작보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