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바버(1910~81)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 "b단조 현악4중주 1번"
의 느린 악장으로 36년 작곡됐다.

바버는 곡 전체보다 "아다지오" 악장이 유독 인기를 끌자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한다.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NBC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된 이 곡은 명상적인
멜로디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짙게 풍기며 대위법적으로 전개된다.

간결한 구성과 반복으로 감정적인 파도를 점점 더 크게 그려 나가다가
마침내 다 쏟아내고는 차분하고 은은하게 남은 감정을 추스른다.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 매혹적인 작품은 지금까지 수많은
곳에 인용돼 왔다.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 롤랑 조페의 "주홍글씨"에 삽입돼 영화의 비장미
를 한층 북돋우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인기팝송인 퍼프 대디의 "I"ll be
missing you"의 서주로도 사용됐다.

클래식연주자들에게도 이 곡의 매력은 예외가 아니어서 플루트 클라리넷
오르간 목소리 등 그들만의 악기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 왔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한데 모은 앨범 "바버의 아다지오"(BMG)가 나왔다.

이 앨범에서 "아다지오"는 바버 자신이 편곡한 현악오케스트라, 제임스
골웨이의 플루트, 캐나디안 브라스앙상블의 금관악기합주,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합창단의 합창, 리처드 스톨츠만의 클라리넷, 도쿄
현악4중주단의 오리지널 현악4중주, 데이비드 피차로의 오르간,
스미소니언체임버의 현악앙상블 등 8가지 색채로 변주된다.

실내악앙상블이 비교적 온화하다면 현악합주는 두터운 질감으로 곡의
격앙된 감정을 전달한다.

골웨이와 스톨츠만의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대결도 흥미롭다.

선율에 라틴어미사 "아뉴스 데이(신의 어린양)"의 가사를 붙인 합창은
"아다지오"를 훌륭한 종교음악으로 바꾼다.

같은 선율이 8번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고 모두 감동적이다.

연주자들의 뛰어난 편곡실력도 한몫 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아다지오"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