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획일적인 디자인의 가방을 들고 다니는게 불만이었어요.

캐주얼 차림이건 정장차림이건 핸드백은 다 같은 모양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죠.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들려 노력했고 그것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늘 처음같은
자세로 노력하겠습니다"

(주)레더데코의 천호균사장은 스스로 매우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4년간의 직장생활(대우중공업)을 마치고 가죽원단 판매 오퍼상(81년
호박상사 설립)을 운영하던 그는 84년 가죽제품 제조업체 "레더데코"를
만들고 "쌈지" "아이삭" "놈"의 세 브랜드 모두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레더데코의 96년 매출은 5백50억원.

미국 LA에 직영매장이 있으며 전체 매출의 10%를 수출에서 얻을 만큼
해외영업 규모도 작지 않다.

천사장 스스로 "틈새시장을 잘 파악한 덕에 신기할 만큼 순탄하게 잘
되고"있지만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회사 명칭은 패션의류업체 데코(이원평회장)와 상표사용 계약을 맺고
붙인 이름.

일반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름으로는 승부가 어렵다는 것때문에
취한 조치였다.

야심만만하게 만든 처녀작을 들고 판매할 곳을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냉대를 받다가 한 백화점의 추석행사에 펑크낸 업체의 자리를 메워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때 상당한 성공을 거둔 뒤 여러 백화점에서 의뢰가
쏟아졌다.

현재 매장은 5백50곳.

천사장은 "그 시점에 이런 제품을 내놨으면 누구라도 성공했을 것"이라며
"그것을 알기 때문에 늘 새로운 제품과 틈새시장을 찾으려 애쓴다"고 전했다.

실제로 세 브랜드 모두 당시 시류에 맞춰 런칭됐다.

"쌈지"가 탄생한 것은 91년.

"X세대"가 패션과 광고의 키워드로 등장할 때 나온 이 브랜드는 "무겁고
딱딱한 가죽가방"의 이미지를 벗고 보다 부드럽고 캐주얼에 어울리는
제품들로 호응을 얻었다.

95년에 낸 "아이삭"은 촌스럽고 유치한 듯한 귀여움을 매력으로 내세우는
"키치패션" 붐을 탄 것.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가방 신발 액세서리로 중고교생과 20~30대에게
어필했다.

"놈"은 "쌈지"와 "아이삭"매장을 찾는 남성들이 많은 것을 보고 만든
브랜드.

젠더리스룩이 유행하면서 역으로 여성의 구입도 늘었다고 한다.

천사장은 "지금까지는 늘 경쟁자 없는 새 시장을 개척해왔기에 어려움이
적었지만 많은 유사 브랜드가 등장한 이상 앞으로는 그리 쉽지 않을 것"
이라며 늘 이에 대비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첫 의류브랜드 "쌈지 스포츠"를 준비중(98년봄 런칭)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의류 비중을 점차 늘려 레더데코를 토털 패션업체로
키울 계획.

< 사진 신경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