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오후, 산책중이던 그는 요술안경의 오른쪽 위에서 초록불빛이
깜박거리자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눈동자를 포착한 컴퓨터가 전화기에 응답하고 그는 안경에 달린 이어폰과
마이크로 얘기를 나눈다.

통화가 끝나자 그는 반지를 클릭해 TV 채널을 돌리고 전화박스같은
길가의 고속 네트워크 충전소에서 최신정보를 자신의 컴퓨터로 전송한다.

미래정보사회를 다룬 하이테크 명저 "21세기 오디세이" (마이클 더투조스
저, 한국경제신문사)에 그려진 10년뒤의 모습이다.

저자 마이클 더투조스는 월드와이드웹의 본거지인 MIT컴퓨터과학연구소장.

"포천"지 선정 5백대기업 최고경영자및 미국과 유럽의 정부지도자들에게
정보기술의 미래에 관해 자문해주고 있다.

이책에서 그는 "인간과 컴퓨터가 정보와 정보서비스를 사고 팔고 무료로
교환하는 21세기 공동체시장"의 모든 것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거듭된 정보혁명으로 키보드와 윈도 메뉴 등은 첨단 음성인식컴퓨터로
대체되고 사이버산업 그룹워크등 산업형태가 달라지면서 사랑의
의미까지도 변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정보산업이 전세계 경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부수적으로
뒤따르는 기술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그가 보여주는 10년뒤의 일상생활은 신비스런 "정보의 동산"으로
가득하다.

샤워를 마치고 옷장에 부착된 모니터에게 뭘 입어야 좋을지 물으면
전자자료함이 "오늘 회의는 비공식적인데다 초대된 고객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세가지 옷차림의 정지화면을 보여준다.

아침식사가 끝날무렵 대형 비디오스크린이 부엌 벽면에 나타나 뉴스를
2분~6분30초 가량 원하는 시간만큼 요약해 전해준다.

사무실로 가는 도중 중국관리가 예정보다 4시간 빨리 도착해 계약을
원해 회의장소가 변경됐다는 메시지가 온다.

그는 재빨리 자동운행 소프트웨어에게 고속도로 출구와 회전지점을 묻고
중국인관리에 대한 정보와 밤동안의 회사정보를 전송받는다.

그날 저녁, 개인용 재무관리 소프트웨어에 외환시세와 오늘 변동 자료를
보충하자 컴퓨터는 월말에 현금잔고가 바닥난다며 알파회사의 주식을 팔고
현금보유를 늘리라고 조언한다.

다른 제안을 요청하자 위험은 크지만 잠재수익이 큰 주식 2종이
상장된다며 관련회사 재무제표와 주가예측자료를 내놓는다.

수수료가 가장 낮은 브로커를 물색, 25%나 싸게 매입계약을 체결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술이 필요해도 걱정할 일이 없다.

시애틀의 외과 전문의가 컴퓨터에 연결된 수술장갑을 끼고 고해상
모니터를 보면서 칼을 들면 애틀랜타의 수술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몸을
상대로 로봇이 움직인다.

저자는 정보기술로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전자 불도저"와
"전자 근접"이라는 두 개념으로 설명한다.

전자불도저는 증폭화와 중개화 효율화 과정을 거쳐 생산성의 엄청난
증대를 가져오게 하며 전자근접은 한꺼번에 수천명의 사람들과 접촉
가능한 컴퓨터의 시간단축을 통해 제4의 산업혁명을 이룬다는 것.

그는 이같은 시스템이 도시와 시골, 국가와 국가를 통합함으로써
단일지구문화를 가능케하는 "마법의 시간여행"이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