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34) (주)피앤텍 대표는 올 추석을 전후해 문화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기업과는 동떨어진 영역"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가까운 관계"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대표가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통의 전화.

"신문과 TV에 피앤텍이 계속 나오던데 무슨 일이야"

"케이블TV에도 피앤텍이란 명칭이 나오는걸 봤다"

"이대표가 연극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미처 몰랐어, 다시 봐야겠는걸"
이라는 내용의 전화가 잇따랐다.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97서울 세계연극제에 공식초청된 미국
라마마극단의 공연이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이 극단의 초청에 후원금을
낸 피앤텍이 세인의 관심을 끈 것.

"조금 어리둥절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연극제에 외국극단을 초대한다길래 도운
것뿐인데 덕분에 회사가 유명졌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이 이렇게 위력을
발휘할줄 몰랐습니다"

그가 97서울 세계연극제 지원을 요청받은 것은 지난 7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조운영 서울예전교수가 미국 라마마극단을 초청,
동랑극단(대표 박상원)과 함께 공연하려 하는데 경비를 부담할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이대표는 흔쾌히 승낙했다.

조교수나 박씨 모두 연극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사람인 만큼 기꺼이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관심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시간만 나면 대학로를 찾을 만큼 연극을 좋아했다.

절제된 대사와 몸짓으로 인간 본질의 문제를 파고드는 연기에 심취했다.

기업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후에도 1년에 5편이상은 꼭 본다고
얘기했다.

30여편이상의 외국공연중 라마마극단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할 정도다.

"연기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 기울이는 모습과 무대 객석을 가리지 않고
관객의 호응을 유도해내는 작품 전개가 인상적이었다"는 게 그의 평.

그러나 그는 친분관계와 관심이 후원동기의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이윤창출입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이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문화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면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피앤텍이 미국 라마마극단의 공연에 지원한 돈은 1억원.

동신제지공업이라는 중소기업에서 이제 막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피앤텍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기업의 토양은 문화입니다.

문화가 발전해야 기업도 성공할수 있어요.

21세기엔 더할 겁니다.

한국기업이 메세나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 벌어진 경주 국제벚꽃마라톤,속초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 국제설악산
마라톤대회등에 지원금을 낸 것도 같은 취지에서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세계연극제 후원을 계기로 연극계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겠다고 얘기했다.

"동랑극단을 적극 후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매년 열리는 서울연극제에 후원업체로 나서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국대 경영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지난 5월 피앤텍
전무이사로 경영진에 참여, 현재 홍권표씨와 함께 피앤텍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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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앤텍 =동신제지공업에서 지난 5월 (주)피앤텍으로 바뀌었다.

(주)피앤텍은 모니터와 메모리칩등 컴퓨터 주변기기 생산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현재 (주)피앤텍 외에 소리샘텔레콤, 온양상호신용금고,
신일상호신용금고를 운영하며 최근 신호전자통신과 모나리자등을 인수했다.

올 매출 목표는 1천억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