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

인구 12만명의 이 도시는 국제영화제와 TV프로그램 마켓, 음반박람회 등
각종 문화산업 관련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9월26~30일 이곳에서 펼쳐진 MIP-COM (국제 애니메이션 및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시장)은 전세계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50여개국에서 3백여명의 제작사, 1만여명의 바이어가 참가한 이번
시장에서는 세계 만화산업을 장악하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두드러졌다.

가장 큰 특징은 세계 만화계를 선도해온 미국과 일본의 만화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유럽 각국의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인 점.

각국에서 폭력이나 선정적인 장면을 담은 만화물을 규제하면서 미국의
만화프로덕션 부스를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일본 만화부스 역시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20~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용 만화프로그램을 주로 만드는 영국의 BBC와 프랑스의
카날 플뤼스 등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관심을 모았다.

특히 팅키 윙키, 딥시 등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교육적 내용의
"텔레터비"가 인기를 끌어 30평 남짓한 BBC매장은 바이어들로 성황을
이뤘다.

매리 콜린스 BBC공보과장은 "BBC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동시에
교육에 도움이 되는 만화만을 제작한다"면서 "만화작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작가를 양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따른 첨단애니메이션이 많이 선보인 점도 이번
MIP-COM의 특징.

독일의 만화프로덕션인 스타 더스트사는 방송용 디지털 만화영화인
"스티비"를 소개했으며, 프랑스의 엘립스사도 3차원 영상을 기반으로 한
만화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시날, 알리앙스, 토에이 애니메이션, 사반 등 제작자와 EA, 인포그램 등
비디오게임 업체의 접촉도 잦아 애니메이션 제작단계에서 게임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하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한국은 삼성영상사업단이 "빕 콥 윙고" "핌" 등 6개의 만화프로그램을
내놓았으며 MBC프로덕션도 "콩딱쿵 이야기주머니" "귀여운 쪼꼬미" 등의
만화영화를 출품했다.

노성신 삼성영상사업단 만화영화팀 대리는 "만화산업은 방송기술이나
제작규모보다 원작이 얼마나 재미있고 보편적이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면서 "국내에서도 만화 원작자를 키울 수 있는 분위기조성과
인력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 칸느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