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기업과 문화는 동반자"라는 의식 아래
꾸준히 문화예술계에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는 메세나 기업과 기업인을
찾아 소개한다.

======================================================================

도서출판 "삶과 꿈"의 김용원(64) 사장.

97 세계음악제 특별프로그램으로 3~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무대에
오르는 창작오페라 "초월" (작곡 강석희) 공연을 앞두고 기대가 남다르다.

한국과 일본의 합작무대인 이번 공연에서 김사장이 각별한 열정을 쏟아온
중창단 "삶과꿈 싱어즈" (단장 신갑순)의 단원들이 한국측 주역을 맡아
세계음악제에 참가한 각국 음악관계자들에게 기량을 선보이기 때문.

이번 무대가 일본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인 니키카이 오페라진흥회와
성악대결을 펼치는 자리라는 점도 김사장을 설레게 하는 대목이다.

"삶과꿈 싱어즈가 세계적인 중창단으로 뻗어나가고 한단계 도약할수
있는 기회입니다.

착실히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93년 5월, 김씨가 기업의 문화지원 차원에서 사재를 털다시피해 "삶과꿈
싱어즈"를 창단했을 때 음악계 안팎에서 큰 반향이 일었다.

출판사가 전문중창단을 창단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

대기업도 힘든 전문중창단 운영을 일개 출판사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우려속에서 주체가 김사장이라면 제대로 된 성악앙상블이 탄생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음악계에서 "성악광"으로 소문난 김사장은 대우전자 사장 (83~91년)으로
재직하던 84년, 대우합창단을 만들었다.

세계합창제에 참가할 만큼 기량을 인정받던 대우합창단이 89년 해단되자
못내 아쉬워 하던 그는 출판사를 내고 독립하면서 중창단 창단을 결심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출판사도 얼마든지 뜻있는 문화지원을 할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우합창단을 만든 경험을 살려 중창단을 최고 수준의 앙상블로 키울
자신이 있었습니다"

"삶이 꿈을 가꾸고 꿈이 삶을 기른다"는 기치를 내건 "삶과꿈 싱어즈"는
소프라노 이혜정.정혜영, 알토 김승희.조성희, 테너 유태왕.고광철, 바리톤
김성범, 베이스 한태웅씨 등 탄탄한 실력을 갖춘 30대 성악가 8명으로
출발했다.

93년 12월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두차례 여는 정기연주회를
비롯, 세계합창제, 베트남연주회, 오스트리아건립 1천주년 기념 음악제,
독일순회 연주회 등 국내외 연주무대를 통해 한국 정상의 성악앙상블로
자리잡았다.

지난 5월 열린 제3회 메세나 정기연주회에는 기업이 운영하는 모범적인
음악단체로 초청받았다.

또 96년부터 "삶과 꿈 성악콩쿠르"를 열어 우수한 성악도를 발굴,
지원하는데 힘쓰고 있다.

현재 단원은 테너 김남희 송원석, 소프라노 우정선 유명애, 베이스
여현구 강종영씨 등 16명.

"삶과꿈 싱어즈"는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발굴과 창작곡
발표에 역점을 둬 왔다.

한국작곡가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자 창작곡을 위촉하고 한국가곡의
중창곡 편곡을 의뢰해 꾸준히 발표했다.

지난 4월 제8회 정기연주회는 한국창작곡만으로 꾸몄다.

강석희씨의 창작 실내오페라 "초월" 공연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한국의 가톨릭 전파 초기박해사를 그리는 이번 작품의 오페라 초연을
위해 지난해초부터 준비해왔다.

"초월"은 전통적인 벨칸토오페라와 달리 아리아보다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합창이 빚어내는 분위기에 비중을 뒀기 때문에 "삶과꿈 싱어즈"의
무르익은 앙상블을 충분히 발휘할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삶과꿈싱어즈가 단순한 기업중창단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성악앙상블로 자리잡은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김씨는 "기업이 사회의
문화적 욕구를 외면해서는 더이상 존립할수 없는 시대"라며 "문화예술
지원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