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기원은 언어보다 50만년이나 앞섭니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말을 시작한건 8만년 전이지만 노래를 한건
58만년전부터였다고 해요.

발음하기 어려운 자음없이 모음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이죠"

음악광인 만화가 신동헌(70) 화백이 클래식음악사를 쉽게 풀어쓴 입문서
"재미있는 음악사 이야기"(서울미디어)를 냈다.

"재미있는 클래식길라잡이"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 등에 이은
네번째 책이다.

음악사를 사조별로 무미건조하게 나열하지 않고 당시 시대상황과 결부시켜
생생하게 그리면서 유명 음악가와 대표작에 얽힌 에피소드를 곁들여 지루하지
않게 했다.

여기에 저자의 본업인 그림실력을 발휘, 삽화를 3백장이나 넣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내용은 선사와 고대.중세음악, 사회변혁과 음악, 바로크 로코코 고전주의
낭만주의 민족주의 근대 현대음악 등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신씨는 만화와 삽화를 그려온 화가.

신동헌프로덕션을 차려 국내 최초의 장편만화영화 "홍길동"(67년)을 제작,
대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년시절부터 서양 고전음악에 푹 빠져 클래식음반만 5천여장이나
모았을 만큼 대단한 음악애호가다.

"7살때 우리집에 유성기가 있었어요.

둘째형이 친구들에게 음반을 빌려와 틀곤 했죠.

슈만의 "트로이 메라이",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등을 듣고 너무 좋아
빠져들었어요"

그는 세계 음악계의 거장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 아이작 스턴, 피아니스트 파울 바두라
스코다 등과 지금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눈다.

"연주회때 그들의 모습을 스케치하다 친해졌어요.

애니메이션을 많이 해서 그런지 속필로 순간을 포착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죠.

외국에서는 음악가와 화가들의 교류가 아주 많아요"

그는 실내악 현악4중주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바이올린족으로 구성된 악기들이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데다 작곡가의
내면세계를 깊숙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현악4중주단 중에서도 러시아의 보로딘과 쇼스타코비치, 영국의 린제이,
스위스의 카르미나, 독일의 페터젠, 헝가리의 바르토크 등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그는 음악을 듣기만 하는게 아니라 클라리넷 트럼펫 바이올린 등 10여개
악기를 "상당한 수준"으로 다룬다.

신씨는 함북회령 태생으로 6.25때문에 서울대공대 건축과 2학년을 중퇴
했다.

95년부터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조직위원 및 심사위원, 한국음반평론가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