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영화감독 요셉 빌스마이어의 대표작 2편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독일 패전 50주년에 맞춰 만든 반전영화 "스탈린그라드"와 신비하고 낯선
느낌의 음악영화 "브라더 오브 슬립"이 그것.

빌스마이어는 88년 "가을 우유"로 데뷔한 이래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서정적이고 흡인력있는 화면과 유려한 음악을 결합시킨 독특한 영상언어로
삶의 본질과 인간의 운명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있게 고찰하는 영화를 만들어
왔다.

작가영화에 치우치지 않고 상업성을 적당히 갖춘 점이 특징.

92년작 "스탈린그라드"와 95년작 "브라더..."는 이같은 빌스마이어의
작품세계를 잘 드러낸다.

각종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빌스마이어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수작들.

"스탈린그라드".

사상자 1백65만명이라는 단일전투 사상 최대의 희생자를 낸 "스탈린그라드"
전투(42년8월~43년2월)의 참혹상을 절절하게 재현, "전쟁은 인간의 모든
것을 파괴시킨다"는 반전 메시지를 전한다.

아울러 독일패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오로지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잃는 독일병사의 비애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원칙주의자 한스중위와 철십자훈장에 혈안이
된 부대원 롤스상사는 전쟁터로 이동하면서 "누가 살아 돌아올 것인가"
내기를 한다.

이기는 사람은 물 2통을 받기로 한다.

전쟁은 그저 살아남아야 이기는 것이고 그 대가는 물 2통에 불과하다는
감독의 시각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제작 감독 각본 촬영 등 1인4역을 해낸 빌스마이어는 연인원 10만명,
2백6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장대하고 사실적인 전투신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촬영감독 출신답게 군인들이 겪는 구사일생의 고비와 전쟁터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동감있고 치밀한 화면에 담아낸다.

독일영화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2시간17분의 대작.

"브라더 오브 슬립"은 중세 독일의 산악마을에서 태어난 천재음악가
엘리아스의 이야기.

신부의 사생아인 엘리아스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난다.

비범함때문에 따돌림을 받지만 그에겐 천상의 음악과 정신적인 연인
엘스베스가 있다.

하지만 육욕을 참지 못한 엘스베스는 그가 첫연주를 할 때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다.

좌절에 빠진 엘리아스는 대성당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즉흥곡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한 뒤 깊은 잠에 빠진다.

원초적이고 신비스러운 자연의 영상에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파이프오르간
의 소리.

여기에 천재음악가의 열정과 고뇌, 죽음을 담아내는 탁월한 솜씨는
빌스마이어가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음을 느끼게 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