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부지역 문화지도를 다시 그린다"

80년대중반 목동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탄생된 양천구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문화선진 지자체를 외치며 용트림을 시작했다.

양천구는 1940년대까지 비가 조금만 와도 한강이 넘쳐 물이 들어차던
곳이었다.

서울과 서해안을 연결하는 소금길이나 통과지역에 불과했다.

광복무렵 안양천 제방이 만들어진 뒤 60~70년대 산업화의 물결을 거쳐
80년대에 대규모 신시가지로 개발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런 만큼 종래에는 문화를 얘기할 여유가 없었다는 게 양천구민들의
솔직한 얘기다.

이런 양천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사람들이 90년대에 이주한 신세대
중산층.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있어진 이들은 문화향수권을 적극 요구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파트숲밖에 없어요.

숨이 턱턱 막힐 때가 많습니다.

영화나 연극을 보려면 강남이나 광화문쪽으로 나가야 합니다.

구민 모두 걸어서 갈수 있는 문화공간이 확보되기를 바랍니다"

신정3동에 사는 이동길(35.S전자 과장)씨의 얘기다.

이에따라 양천구청이 시작한 사업이 문화인프라 구축.

지난 3월 양천구문화원을 설립했다.

각종 문화행사와 교양강좌를 개최하는 지역문화 발전의 구심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반응은 금세 나타났다.

개관 한달만에 4백여명의 정회원을 확보했으며 6개월동안 행사와 강좌
참가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양천구는 이어 내년 1월께 1백60억원을 들여 구민회관을 완공할 예정이다.

대강당 8백석, 소강당 2백90석 규모인 이 구민회관은 공연장 및
전시회장으로 이용되게 된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을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한다는 게 구청의
계획이다.

양천구는 또 2001년까지 목1동에 세종문화회관의 절반 규모인 종합
공연장을 건립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총공사비 4백50억원이 소요될 이 공연장은 객석 1천5백석 규모의
다목적홀로 만들어진다.

구청측은 여기에 2000년까지 인근 종합운동장 구립테니스장 청소년회관
파리공원등을 개보수하면 원스톱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경호 문화공보담당관은 "종합공연장이 완공되고 인근 문화시설이
정비되면 양천구는 강서구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등을 아우르는 서울
서남부지역의 문화중심지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소프트웨어 확충도 역점사업이다.

지난해부터 양천구민축제를 정례화한 것이 한 예.

5월에 열리는 이 축제는 백제 6대 구수왕이 이곳에서 했다는 열병식을
재현하는 "백제군사 열병식 및 진군식" 및 각종 민속놀이로 꾸며진다.

매년 가을에는 파리공원 양천공원 오목공원 등 공원 야외무대에서 양천구
문화단체들과 구민들이 함께 하는 한마당축제가 열린다.

이와함께 양천구는 98년 신정3동 계남공원내 백제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토성을 발굴, 역사공원으로 단장한다.

양천구가 비록 최근 개발됐지만 전통은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인 셈.

5.6공시대 도시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 양천구가 문화불모지라는
일반의 인식에서 벗어나 21세기 서울 서남부의 문화거점으로 다시 태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