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의 회귀"

21세기 공연무대는 자연스러움의 표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20세기의 인위적 무대장치가 "있는 그대로"를
강조하는 새로운 조류에 밀려나고 있다.

서구적 합리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포스트모던 스타일의 무대
예술이 환경과 생명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조에 의해 막을 내리는 중이다.

12~22일 열리는 "97 서울 세계무대미술가대회"가 바로 그같은 조류를
살필수 있는 자리.

한국무대미술가협회 (대표 이병복, 극단자유 대표)가 지난 3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세계무대미술가협회 (OISTAT) 총회에서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뒤 아시아권에서 처음 유치한 대회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스위스 헝가리 핀란드 체코 중국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 등 18개국 3백여명의 무대미술가 무대기술자 극장건축가들이
참가한다.

대회의 주제는 "자연과 무대미술".

자연을 통해 새로운 무대공간 조형을 모색하는 총회와 심포지엄, 그
구체적인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시와 공연 등으로 대회가 진행된다.

13일 오후 예술의전당 미술관과 미술영상실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이스라엘 핀란드 헝가리 홍콩 등 7개국 공식
초청자들과 서연호 고려대 교수 등 8명이 <>무대공간과 자연 <>재료와 자연
<>기술과 자연의 관계 <>21세기의 자연과 환경문제를 보는 극장의 시각
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한다.

21세기 무대미술의 경향을 보여줄 전시회는 12~21일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국제전 국내전 학생전등으로 나뉘어 열린다.

체코 영국 미국 등 20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전에는 세트 의상 등이
전시된다.

국내전에는 작고한 원우전씨와 김정환 장종선 최연호 이병복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현역작가들의 작품이 걸린다.

학생전에는 홍익대 상명대 계원예전 한국무대예술아카데미 한국
종합예술학교연극원 등 7개 대학팀이 참가, 국내 무대미술의 앞날을
보여준다.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 무의자 뮤지엄에선 전통유희 "놀이" 공연이
마련된다.

한국무대미술가협회는 또 60년대이후 현재까지 무대미술 전반을 정리한
작품집 "한국현대무대미술"을 출간한다.

이에 앞서 12~13일 예술의전당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총회에선 99년
프라하 콰드리엔날레의 구체적인 일정등이 논의된다.

체코 프라하에서 4년마다 열리는 콰드리엔날레는 무대미술가 무대기술자
극장건축가들의 올림픽이다.

한국은 91년과 95년 명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이병복 회장은 "세계 무대미술의 조류가 인간의 상상력에 의존한 서구적
무대장치 위주에서 자연과의 일치, 친화감 등을 꾀하는 동양적 무대쪽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이번 대회는 동양적 가치관의 세계적 보편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743-7635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