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로 콩을 갈아 만드는 손두부, 옥수수밭, 강가에 자리잡은 매운탕집.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도 "고향"이란 이름으로 향수를 느낄 만한
배경이다.

그속에서 억척스럽게 서로를 사랑하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

MBC 새 일일드라마 "방울이" (극본 박진숙, 연출 장수봉)에는 초반부터
화제가 되거나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없다.

스타급 출연자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흥미진진한 상황이 설정된 것도
아니다.

애초에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한 것처럼 서정적인
화면과 테마로 차분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한편의 TV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듯하다.

사려깊고 책임감 강한 방울이 (김민희)와 직설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동생 방희 (박채림), 축구선수가 꿈인 갑수 (최우혁)와 늦둥이 을수
(최준용).

이 드라마는 어머니의 급작스런 죽음과 아버지의 행방불명으로
소녀가장이 되는 방울이와 세 동생의 꿋꿋한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

어느 때부터인가 "일일드라마"의 전형처럼 여겨지는 대가족 중심의
아기자기한 일상사 전개와 거리가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나 개성있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잔재미보다 잔잔한
감동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정통드라마의 깊은 맛을 추구하는 고집스러움이랄까.

극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은 초반부여서 아직은 차분한 성격의
주인공 방울이에게 시선이 모아지지 않는다.

대신 손두부를 만들며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려가는 방울모 (김용선)와
일에는 관심없이 한눈만 파는 방울부 (최주봉), 매운탕집을 경영하며
방울이네를 보살펴주는 고모 (고두심), 처가 일을 못마땅해 하는 고모부
(조형기) 등 "어른"들의 탄탄한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평소 이미지를 벗고 촌스럽고 야한 치킨집주인으로 변신, 방울부를
유혹하는 양미경의 연기가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작가.

연출가 콤비가 이전에 만들었던 드라마 "아들과 딸" "동기간" 등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참신성이 떨어지고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시청률에 흔들리지 않고 당초 의도대로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나갈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