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는 한국영화 한마당.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한동안 뒤쳐져 있던 한국영화가 추석연휴를
맞아 일제히 스크린에 오른다.

13일 개봉되는 한국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창" (태흥영화사) 정지영
감독의 "블랙 잭" (신도필름) 선우완 감독의 "마리아와 여인숙" (선익필름)
장윤현 감독의 "접속" (명필름) 정흥순 감독의 "현상수배" (씨네 2000) 등
5편.

추석시즌 한국영화가 2~3편이던 (96년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박봉곤 가출사건" 2편) 예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양만 늘어난 게 아니라 배우의 지명도와 감독의 성가, 시도의 참신함
등 저마다 최고라고 자부할 요소를 지녀 기대를 더해주고 있다.

"창"은 "서편제"의 임권택감독이 윤락녀들의 삶을 통해 70~90년대
우리 사회의 이면을 그려낸다는 취지로 만든 야심작.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기획단계부터 98년봄 칸영화제 진출여부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후문.

배우 신은경의 음주운전 사고후 재기작이기도 하다.

"블랙 잭"은 최민수와 강수연을 내세운 에로틱 스릴러.

유부녀가 형사와 관계맺은 뒤 그를 이용해 남편을 없애고 재산을
차지하려 한다는 내용.

제작사측이 "최강의 커플"이라고 홍보하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대결이
관심거리.

"마리아와 여인숙"은 심혜진 신현준 이경영 등 주연급 배우 3인 외에
김상중 이정현 박상민 등까지 가세한 스타군단을 내세운 작품.

7살 꼬마의 눈을 통해 여인숙 주변사람들의 욕망과 질투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접속"은 PC통신상의 만남과 사랑을 통해 도시 젊은층의 감성을 그린
영화.

전문직종사자 원룸 24시간편의점 등 트렌디드라마의 주된 소재를
이용했지만 허상에 매이지 않은 진지한 묘사가 돋보인다.

최근 "충무로 캐스팅 0순위"으로 떠오른 한석규와 탤런트 전도연,
그리고 연극배우 출신 추상미가 출연한다.

박중훈이 배우지망생과 갱두목으로 1인2역하는 "현상수배"는 호주에서
올 로케이션한 코미디영화.

박중훈이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아무 관계도 없는 범죄자로
오인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정흥순 감독과 박중훈을 제외한 출연진과 스텝 대부분이 외국인이며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직접배급 (호주 빌리지로드쇼 극장체인과 계약)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5편중 "창"은 명보 허리우드 등 서울의 12개 극장에서 개봉되며, 나머지
4편도 단성사 서울 피카디리 등 주요극장을 예약해놓고 있어 흥행성공의
첫 요건은 갖춘 셈.

이에 대응하는 외국영화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에어포스 원"
(브에나비스타) 멜 깁슨의 "컨스피러시" (워너 브라더스) 등 액션대작.

추석시즌의 경우 예년에는 한국영화가 외국영화보다 절대적으로
열세였지만 올해엔 물량과 수준 모두 만만찮아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

나아가 한국영화 사이의 승부가 더 기대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